포스텍의 하늘, 그리고 ‘그 너머’
포스텍의 하늘, 그리고 ‘그 너머’
  • times
  • 승인 2021.12.14 0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컴퓨터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수리에 성공하면서 다시 ‘지구의 눈’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31년간 지구 상공 547km를 돌며 우주의 나이를 밝히고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의 증거를 발견하는가 하면, 우주 팽창 속도를 규명하는 등 천문학 교과서를 다시 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망원경 이름은 20세기 초 천문학자였던 에드윈 허블에게서 따왔다. 1920년대까지 사람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은하라고 생각했지만, 허블은 우주가 훨씬 더 넓고 외부에 다른 은하가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을 발견하고, 이 변광성의 위치가 우리 은하 가장자리보다 훨씬 먼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허블의 이 발견은 천문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2021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우리, 그리고 대학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한다면 지난 수 세기 동안 전통적으로 고수해오던 교육 방식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미네르바 스쿨처럼 물리적 캠퍼스 없이 학생들이 전 세계를 돌며 100%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혁신적인 대학이 이미 있으나,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확대에 대한 대학 간 경쟁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과연 우리대학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허블우주망원경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대학 캠퍼스는 우리나라의 변방,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한 캠퍼스에 불과했다. 캠퍼스가 지방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우리대학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사태의 터널을 지나면서, 비대면 수업과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마련한 경험은 우리대학이 물리적 캠퍼스의 제한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의 단초가 됐다. 수업을 위해 꼭 캠퍼스에 모여있을 필요가 있을까? 인턴 경험을 위해 꼭 휴학해야만 하나? 대학에서는 양질의 비대면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해외 석학의 교과서 ‘저자 직강 시리즈’를 전 세계 어디서나 듣고 학점을 취득하는 것도 해봄직하지 않을까? 우리대학에서는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Off-Campus 학기제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포항시에 위치한 물리적 캠퍼스를 벗어나, 온라인 수업으로 학점을 취득하는 동시에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해외 석학의 비대면 수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가상현실, 혼합현실 기술을 이용한 교과목 콘텐츠 개발, 강의 환경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입생 전원에게 가상현실 기기를 지급해 비대면으로 실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혼합현실 수업이 가능한 강의실을 구축했다. IT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코로나19로 촉발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기회 삼아 우리 캠퍼스의 경계를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우리대학은 애플과 협력해 국내 최초의 디벨로퍼 아카데미와 세계 최초의 제조업 R&D센터를, 삼성전자와 미래 반도체 전문가 양성을 위해 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한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은 우리대학이 그간 쌓아온 교육과 연구성과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넘어서는 메타버시티로의 발전 노력이 합쳐질 때, 2026년 개교 40주년을 맞이할 우리대학이 대한민국 포항에 위치한 대학에서 세계 속의 혁신 대학으로 성장할 것임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대학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과 상황으로 대학의 현재를 회의적으로 생각했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한계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멀리 바라볼 수 없었기에 우리 은하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1920년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구성원들이 포스텍 캠퍼스 ‘그 너머(out there)’를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