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캠퍼스를 향하여
그린캠퍼스를 향하여
  • 김종은, 박준우 기자
  • 승인 2021.11.1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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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 관련 학생 인식 실태 조사 결과
▲환경 보호 관련 학생 인식 실태 조사 결과

 

지난해 여름은 2016년 여름에 이어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뜨거웠다. 지구 곳곳에서 유난스럽게 건조한 기후로 거대한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며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기후학자들은 매년 새로운 ‘마지노선’을 발표하며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기후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논문과 칼럼 속에만 존재하는 실체 없는 괴물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 실재하는 기후 변화다.

우리대학 에너지 소비 현황
한국에너지공단은 연간 2,000TOE*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우 에너지 다소비 업체로 등록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2020년 기준 총 6,846만kWh의 전기와 3,314만Mcal의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TOE 단위로 환산하면 전력만으로도 15,000TOE 이상이다. 우리대학이 매년 소모하는 6천만kWh 이상의 전기 사용량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전기의 경우 2020년 총 에너지 사용 금액 99.3억 원 중 66.8억 원으로 71%의 비율을 차지한다. 전체 건물 중 연간 100만kWh 이상의 전기를 사용한 건물로는 △나노융합기술원 △박태준학술정보관 △생명공학연구센터 △화학관 △철강대학원 등이 있다.

(*) TOE: Ton of Oil Equivalent(석유환산톤).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서로 다른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공통 단위로 나타내기 위해 지정한 표준 에너지 단위.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1TOE = 107 kcal로 정의한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위한 우리의 노력
우리대학을 포함해 많은 교육 기관이 매년 대량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에 2011년부터 환경부는 그린캠퍼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린캠퍼스 사업은 그린 리더 양성을 위한 친환경 교육과정 개발과 그린 캠퍼스 조성을 통한 대학 온실가스 감축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에너지 절약을 통한 환경 보호뿐 아니라 환경 동아리 및 환경 의식 제고를 목적으로 한 공모전 등의 활동도 지원하면서 다방면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0년 그린캠퍼스 우수대학 중 하나로 선정된 서울대는 자체적인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구축해 전산으로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2019년 기준 캠퍼스 내 26개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체 사용량의 0.7%를 신재생 에너지로부터 충당하는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양대, 중원대, 성결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개별 냉·난방기 통합제어 시스템 구축  △그린캠퍼스 학생단체 지원 △지역사회 녹색 문화 전파 등을 통해 그린캠퍼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그린캠퍼스협의회 명단에는 포함돼 있으나, 그린캠퍼스 우수 대학에 선정된 적은 없다. 포항공대신문에서는 우리대학의 환경 사업 현황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환경 보호 노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시설운영팀 김영관 씨를 인터뷰했다.
우리대학에는 전산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개별 검침 후 수기로 건물별, 부하별 집계 방식을 통해 에너지 설비를 관리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사용 실태를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파악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에는 큰 한계점이 있었다. 앞서 언급된 서울대를 비롯해 한양대, 인천대 등 많은 그린캠퍼스 대학이 몇 해 전부터 통합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한 것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통합제어 시스템 도입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씨는 “서울대에서 운영 중인 BEMS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우리대학도 벤치마킹을 통해 응용해 나가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시스템은 설비에 포함된 AI와 사물 인터넷을 통한 에너지 초정밀 진단 및 제어를 바탕으로 15~40% 정도의 에너지 절감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해당 모델을 도입한다면 에너지 환경 혁신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는 통합제어 시스템 대신 △LED 조명 교체 △신규 건축물 절수형 양변기·소변기·수도꼭지 설치 △POSCO 폐열 열 교환식 보일러 도입 △변전실·UPS실 에너지 절감형 외기 냉방 시스템 등 고효율 설비를 확충하는 프로젝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나 폐열 열 교환식 보일러의 도입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해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친환경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RIST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학술정보관의 ESS를 제외하면 추가적인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는 최근 불거진 ESS 배터리 폭발 화재 사건 등 안전 문제를 고려한 결과다. 대신 김 씨는 “빗물 재활용, 태양광 발전 가로등 및 정원등 설치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해 고려하고 있고, 정부 정책 기조와 세계 변화에 발맞춰 가고자 한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또한, 대학에서는 △경상북도청과 태양광 발전 MOU △범부처 협업 사업 단지 대개조 계획 참가 △APEC과 공동 심포지엄 개최 등 주변기관과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환경 보호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실천 실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대학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관심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본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대학 학생들의 환경 문제 인식과 환경 보호 실천 실태를 조사했다. 전체 응답자 112명 중 65.2%(73명)의 학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고,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85.7%(96명)에 달했다. 많은 학생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다양한 환경 문제 중 △급격한 기후 변화 △대기 오염 △토양·수질·해양 오염 순으로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여겼다.
환경 문제를 인식한 계기는 주로 TV·신문·인터넷 등의 매체와 학교 교육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환경 규제 강화’와 ‘개인·지자체·기업 등 개별 주체의 노력’의 답변이 각각 25.9%(29명)로 가장 많았다. 개인의 실천 노력에 관한 문항에서는 78.6%(88명)가 환경 보호를 위해 생활 속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특히 84.8%(95명)의 학생들이 이를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쓰레기 분리배출 생활화 △단거리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의 환경 보호 노력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기타 의견을 수렴했다. △대학의 환경 보호 노력과 관련 정책 및 사업 △환경 캠페인·강연·공모전 참여 경험 △환경 관련 교과목 수강 경험 △친환경 시스템 관련 연구 활동 수행 경험 등을 질문한 결과 평균적으로 85%가량의 부정적인 응답이 나타났다. 이는 그린캠퍼스 선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환경 동아리, 자치활동,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의 지표에서 우리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캠퍼스 내 녹지공간 활용과 대학 내 환경 보호 노력이 잘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70% 이상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상반되는 결과를 통해 대다수의 학생은 막연히 우리대학의 환경 보호가 잘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환경 관련 활동 홍보 및 학생 참여도는 현저하게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추후 우리대학도 그린캠퍼스로 지정될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학사팀에서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해, 과학기술과 환경의 조화 등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원 과정으로 AI-환경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술을 환경 문제에 적용하는 그린 리더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대학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관련 강연 등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학교 측의 노력과 더불어 대학 구성원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활동을 수행하거나 캠퍼스 내 환경 보호 실천과 관련한 의견들을 마음껏 피력할 수 있는 학내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