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담다, ‘효자동 브루스’
효자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담다, ‘효자동 브루스’
  • 박지우 기자, 유민재 기자
  • 승인 2021.11.1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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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브루스의 한 장면

 

효자시장은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가장 친숙한 곳이다. 맛있는 것이 먹고 싶지만 멀리 나가고 싶지 않을 때, 즐겁게 술 마시며 놀고 싶을 때, 또는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효자시장을 찾곤 한다. 이곳은 우리에겐 바쁜 대학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을 하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바쁜 삶의 터전 그 자체다. ‘효자동 브루스’는 효자시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상인들의 이야기다. 공연은 지난달 13일부터 15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3일간 진행됐다.
‘효자동 브루스’는 우리대학 연극 동아리 ‘애드립(ADLIB)’이 POSCO 사내 연극 동호인 모임 ‘예맥’과 함께 준비한 공연이다. 극단 예맥은 1981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총 57회의 공연을 선보이며 전국 근로자 연극제 대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지역 일류 아마추어 극단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예맥 단원들과 애드립 부원들은 회사 일과와 대학생활이라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매일 저녁 2~3시간씩 연습을 진행했다. 애드립의 경우, 예맥보다 비교적 경험이 부족하지만 △단역 배우 △조연출 △무대 감독 △조명 △음향 △무대 △의상 △분장 △홍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자들은 공연 관람을 위해 지난달 15일, 포항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공연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한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체온을 측정하고 전자출입명부로 방문 기록을 남긴 후, 입구 앞 작은 공간에서 현장 발권을 하거나 예매자 명단을 확인받은 후에야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한 지 5분가량 지난 뒤 입장했던 터라 좁고 어두운 공연장 내부에서 지정된 좌석을 찾기 어려웠으나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재빨리 착석했다. 
이번 연극 ‘효자동 브루스’는 포항의 역사이자 전통인 효자시장과 함께 살아온 상인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자 △정육점 △만둣집 △반찬 가게 등을 오랜 기간 운영해오면서 울고 웃으며 일상을 함께 한다. 무대 좌우로 인물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위치한 상가를 배치했고, 건물 사이 공간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돼 같은 상황 속 여러 인물의 세세한 행동과 표정 연기를 동시에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상가의 오른쪽 면을 접으면 한 식당의 내부인 새로운 공간이 등장했다. 상가가 펼쳐진 효자시장 뒷배경에는 주택가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오래된 건물들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인 데다 어두운 밤엔 각 창문에 매단 조명이 빛나 운치 있었다.
공연 초반에는 늦게 온 관객들 때문에 어수선한 감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에 모두가 곧 연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인물들은 오랜 기간 효자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해온 만큼 각자의 인생에, 서로와 효자시장이 여기저기 배어있다. 형제 같은 사이의 인물들이 다투고 화해하고,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눠 먹는 일상을 다루는가 하면, 외국인 근로자와 한 상인의 아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흥미를 환기했다. 연극 경험이 부족한 애드립 부원들을 고려해 대부분의 인물은 예맥이 담당했지만, 이들 중 몇몇은 반찬을 사러 나온 학생과 상인 아들의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해 이야기의 한 부분을 함께 꾸렸다. 만둣집을 운영하는 황 사장이 치매 판정을 받게 되고, 이후에도 만둣집을 계속 운영하려는 숨겨진 이유가 밝혀지면서 관객 중 몇 명은 눈물을 훔쳤다. 또한 가끔 언급되는 효자시장의 기원과 과거 이야기로부터 인근 주민들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고, 각 인물의 입체적인 성격이 빛을 발하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섞어 지루할 틈 없이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엔 공연장 밖에서 배우들과의 촬영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 나이대가 높은 배우들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실력이 대단했고, 덕분에 연극에 한층 몰입할 수 있었던 관객들은 그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 공연은 3일 연속 매진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예맥의 최재훈 씨는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생활이 많이 위축됐지만, 공연을 통해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졌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한, “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 준 포스텍 동아리 애드립 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효자시장 상인들의 삶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가운데, 문화생활이 단절돼 이를 해소할 마땅한 출구가 사라진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공연들도 하나둘씩 재개되고, 기자들이 찾은 ‘효자동 브루스’ 공연 역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진행됐다.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해 훨씬 바빠지고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는 계절 가을이다. 바쁜 학업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쳐있다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각자 자신만의 문화생활을 찾아 떠나보자. 

 

▲효자동 브루스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