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근로자 권익 개선, 우리대학 근로자들 근무 환경은 (1)
학내 근로자 권익 개선, 우리대학 근로자들 근무 환경은 (1)
  • 안윤겸,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10.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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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근로자 힘들지만 보람차
▲조리 근로자 근무 환경에 대해 인터뷰 중인 매니저 최승빈 씨(좌)
▲조리 근로자 근무 환경에 대해 인터뷰 중인 매니저 최승빈 씨(좌)

지난 6월, 서울대 기숙사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던 미화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업무에도 불구하고 충원 없이 업무를 부여했고, 여기에 중간 관리자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학 내 근로자 휴게 공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대학도 △청소 △경비 △시설 보수 등 다양한 영역을 외부 업체와 계약해 해결하고 있다. 과연 우리대학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의 업무량을 해결하고, 어떤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본지는 복지회, 조리 근로자 최승빈 씨, 총무팀, 현대TMS(주), 미화 근로자 김순애 씨, 생활관 미화 근로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조리 근로자와 미화 근로자의 근무 환경 실태를 알아봤다.

해동-아우름홀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최승빈 씨는 우리대학 복지회 매장에서 조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 씨와 같은 조리 근로자는 전처리, 조리, 배식, 세척 등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 관련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현재 우리대학 내 조리 근로자는 총 21명으로 정직원 15명과 파트타임 근무자 6명이다. 해동-아우름홀에 14명으로 가장 많은 조리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오아시스는 5명, 더 블루힐은 2명이 담당한다. 주중 오전 조리 근로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학생 정식(조식)을 제공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부터 출근한다. 오후 조리 근로자는 오전 10시 20분부터 출근해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주말 조리 근로자는 오전 6시에 출근해 13시간 동안 근무한다. 조리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 중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게 시간 1시간을 별도로 부여받고, 그 외에는 조리 업무가 끝나고 배식 전까지 30분 동안 자체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 씨는 조리 근로자의 기본 업무와 더불어 음식 맛을 확인하고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해결하는 매니저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평소 업무량에 관한 질문에 최 씨는 “조리 근로자 개인이 맡은 음식 조리 및 배식 업무를 모두 수행한 뒤 매니저 업무를 추가로 하므로 부담이 된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축된 인원, 개강 맞아 가중된 업무
조리 근로자 한 명이 감당하는 업무량은 근로자 수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인원 손실이 있으면 업무량이 증가하게 된다. 우리대학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에 있는 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조리 근로자 수를 감축했다. 그러나 개강 시기에 입사 학생 수 증가로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감축된 인원으로 해결해야 해 업무량이 가중된다. 최 씨는 “학생들의 수에 따라 인력이 빠르게 충원되면 업무량이 크게 많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복지회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 빠른 충원을 위해 시기에 맞춰 공고를 내고 있다. 그러나 조리 근로자의 직업 특성상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조정되는 탓에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선 복지회
복지회는 총학생회의 협조하에 기존 해동-아우름홀에 있던 회의실 2개를 조리 근로자를 위한 휴게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휴게 공간에는 냉난방기가 설치돼 있고, 편안한 휴식을 위해 △쇼파 △테이블 △발 마사지기 △커피포트 △간단한 음료가 구비돼 있다. 또한, 이곳의 경우 별도의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어 시설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학생회관 오아시스 조리 근로자에게는 크기 5.29㎡의 휴게 공간이 제공된다. 최 씨는 해동-아우름홀 휴게 공간에 대해 “과거보다 휴게실이 넓어지고 휴식을 위한 가구와 냉난방이 잘 돼 있어 매우 쾌적하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조리 근로자는 원래 계약직이었으나 지난 4월 16일부로 인사 규정이 개정되면서 복지회에서 2년 이상 근속 중인 모든 조리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바뀐 인사 규정에 따라 휴가 또는 연차 수당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연차 제도를 시행하고, 10년, 20년, 30년 근속직원에게 근속 표창과 포상 휴가를 주며, 연 1회 우수 직원 포상을 계획 중이다. 또한, △경조사에 따른 청원 휴가 △출산휴가 △출산 전후 휴가 등을 시행하며, △여름휴가 △추석 △설에는 상여금이 지급된다.

▲해동-아우름홀 조리 근로자 휴게실
▲해동-아우름홀 조리 근로자 휴게실

근무 환경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 씨는 “현 총장님께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근무 환경이 좋아졌다”라며 현재 근무 환경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용 방식 측면에서 변화를 원했다. 복지회는 대학 소속 단체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비영리 목적으로 교내 매장을 운영하는 단체다. 즉, 대학 소속은 아니지만, 총장을 대표 사업자로 두고 있기 때문에 대학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복지회는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학생 정식을 제공해 항상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GS25나 버거킹 등 다른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적자를 메우고 있으나 그런데도 매년 적자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리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면 인건비가 늘기 때문에 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운영 자금이 충분한 학교에서 직접 고용한다면 근로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최 씨는 근로 인력 안정화를 위한 계약 조건 개선을 제안했다. 근로자를 뽑아도 업무가 힘들어 금방 그만두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으로 자주 교체된다. 조리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 7개월이며, 최단기 근속 조리원은 1개월 동안 근무했다. 잦은 인력 교체의 이유로는 일정하지 않은 근무일과 근무 시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 5일 근무를 하는 다른 직종과 다르게 우리대학 조리 근로자는 명절 당일을 포함한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고, 유동적으로 근무 시간이 변경되기도 한다. 이에 최 씨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명절 당일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날 선 비난에 업무가 버겁기도
취재진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묻자 최 씨는 “포스텍 라운지 같은 게시판에 가끔 정말 작은 실수도 심하게 비난이나 질타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처받을 때가 있다”라며 작은 실수에 대한 학생들의 양해를 구했다. 또한, 배식 시간 마감 직전에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경우 음식이 다 떨어져도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마감 시간 전에 여유 있게 와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