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근로자 권익 개선, 우리대학 근로자들 근무 환경은 (2)
학내 근로자 권익 개선, 우리대학 근로자들 근무 환경은 (2)
  • 안윤겸,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10.12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화 근로자 근무 환경, 구성원 모두의 노력에 달렸다
▲미화 근로자 휴게실 현황(2021년)
▲미화 근로자 휴게실 현황(2021년)

LG연구동 미화 근로자인 김순애 씨는 9년째 우리대학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다. 김 씨의 공식적인 일과는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돼 오후 4시 반에 끝난다. 하루 8시간의 근무 시간 동안 LG연구동의 내부 1·2층 및 건물 외관 미화 업무와 다른 구역의 업무를 지원한다. 업무 강도에 대한 의견은 미화 근로자마다 다르나 명확한 결과물이 없는 청소 업무의 특성상 끊임없는 일거리에 익숙해져야 한다. 김 씨는 “청소를 한 곳도 누군가 사용하면 다시 더러워진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다시 더러워진 공간을 본 사람들이 미화원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때도 있다”라며 공식적으로 맡은 일의 강도와 무관하게 업무량은 항상 많다고 밝혔다. 덧붙여, 풀 및 낙엽 정리와 담배꽁초 청소 등의 건물 외곽 미화 업무가 미화 근로자들의 피로도를 가중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건물 범위가 건물 주변 외곽을 포함하기 때문에 외관 미화는 해당 건물 미화 근로자들의 업무로 귀속된다. 김 씨는 건물 주변이 아주 넓기 때문에 외관 미화 업무는 외곽 청소와 조경을 담당하는 추가 용역을 채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쩍 늘어난 쓰레기, 월요일 아침 업무는 ‘고역’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래로, 미화 근로자들의 업무량은 많이 증가했다. 구성원들의 실내 활동이 늘고 배달 음식 수요가 증가해 쓰레기가 많아진 것이 주원인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주말 근무가 사라지면서 월요일 업무 강도는 눈에 띄게 가중됐다. 김 씨는 “금요일에 쓰레기통을 깨끗이 비우고 퇴근해도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 동안 발생한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생활관은 학생들이 주말에도 기거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미화 업무가 없는 주말이 지나면 쓰레기통의 존재가 무색할 만큼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 특성상 주말 동안 쌓인 음식물 쓰레기는 학생들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부생 생활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입사한 학생들이 줄어들어 쓰레기가 비교적 덜 늘어난 편이지만 대학원생이 있는 생활관은 갑작스러운 업무 과중 때문에 미화 근로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직접 고용, 고용 불안정 가중 가능성 있어
우리대학은 9년째 청소 용역업체인 현대TMS(주)와 계약을 맺어 학내 미화 업무를 맡겨왔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83명의 현대TMS(주) 소속 미화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현대TMS(주)의 정규직으로, 회사에서 만 65세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 총무팀에 따르면 현재 고용 방식에 대한 건의는 거의 없으나, 간혹 학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근로자들도 있다. 미화 근로자 직접 고용이 많이 이뤄진 국공립대학과 달리 사립대학은 대부분이 간접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표 김순애 씨는 “비록 소속은 현대TMS(주)지만 일은 공대에서 한다. 몇몇 사립대가 미화 근로자들을 학교 정직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포스텍도 같은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라며 직접 고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직접 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로 고용 불안을 꼽았다. 우리대학은 최저가 공개입찰제를 통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어왔다. 9년 전, 우리대학을 담당하는 청소용역업체가 개교 당시부터 담당했던 ㈜금원기업에서 ㈜경포로 바뀌고 미화 근로자들의 소속 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급여가 30~40만 원가량 낮아졌다. 이후 2013년 현대TMS(주)와의 계약에서 용역비를 상향 조정하면서 급여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갑작스러운 고용 불안 문제를 겪은 미화 근로자들로서는 여전히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하지만 총무팀은 미화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과 대학의 역할 수행을 위해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대학의 많은 직원과 마찬가지로 소속이 변경된 미화 근로자들은 비정규직이 된다. 기존에 현대TMS(주)의 정직원이던 미화 근로자들이 다시 비정규직이 되면서 오히려 고용 불안을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송광영 총무팀장은 “대학 직접 고용 체계로 바꾸면 전문업체가 해왔던 것보다 관리가 어렵다”라며 직접 고용이 근로 조건을 완벽히 개선할 수 없으며 원활한 미화 업무 관리에도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총무팀에서는 현행을 유지하는 대신, 업체 변경 등 고용 상황에 변화가 있으면 근로자들의 직급과 우리대학에서의 업무 자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업체와 소통하는 등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송 팀장은 “최근에는 배달 음식물 처리 미숙 등으로 인한 미화 근로자들의 업무 과중을 덜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 프로세스를 만들고 관련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근무 환경 개선과 업무 과중 방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소통과 관리 필요한 먼지 쌓인 휴게실
미화 근로자들이 공식적으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어지는 점심시간 한 시간이다. 다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휴게 시간이 아니더라도 업무 중 탄력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은 어떻게 마련돼 있을까. 생활관의 경우 여자기숙사 3동, 기숙사 11동과 19동, RC동 지하에 휴게실이 하나씩 있다. 기자들이 취재한 여자기숙사 3동 휴게실은 화장실과 부엌을 포함한 깨끗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생활관 미화 근로자들은 “최근 반지하 휴게실을 리모델링해서 훨씬 쾌적해졌다”라며 현재 휴게 공간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으나 연구동과 공학동은 다르다. 김 씨가 근무 중인 LG연구동은 세 평 정도의 공간에 냉장고와 선풍기가 있는 휴게실이 있다. 이에 김 씨는 “LG연구동 휴게실은 냉난방이 되지 않아 여름과 겨울에 정말 힘들다. 그래도 공학동 휴게실에 비하면 여기는 호텔이다”라며 공학동의 휴게 공간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공학동 화장실 입구에 난 작은 문을 두드리자 한 미화 근로자가 취재진을 맞았다. 화장실 두 칸 정도의 크기에 대변기와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둔 공간에서 미화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대학은 고용노동부의 휴게시설 방침에 따라 미화 근로자들의 휴게시설을 마련했고, 다른 대학에 비교해 우수한 환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정된 23개의 건물에 각각 하나의 휴게실이 있고 총면적은 809.14㎡다. 9.72㎡의 가장 좁은 LG 연구동의 휴게실부터 210㎡의 넓은 휴게실도 있다. 각 휴게실은 모두 안전 점검을 마쳤고 2년마다 교육부에서 실사하고 있다. 매우 열악한 휴게 공간이 있던 공학동의 경우 지하에 36.6㎡의 공식적인 휴게실이 따로 있다. 에어컨은 물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까지 훌륭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과 냉장고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천장 마감재 일부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미화 근로자는 물론이고 해당 건물의 학과 담당자도 화장실에 있는 작은 공간을 공식적인 휴게실로 잘못 알고 있어 공식적으로 마련된 휴게실이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총무팀과 미화 근로자들, 각 건물 및 과 행정팀과 소통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공학동 미화 근로자 휴게실
▲공학동 미화 근로자 휴게실

버리는 사람도 책임 있는 자세 보여야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대학이나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씨는 구성원들이 쓰레기 처리에 주의를 기울여주기를 부탁했다. 김 씨는 “요즘 구성원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먹는데 음식물을 분리하지 않거나 변기에 버리는 경우 미화 근로자들이 다시 꺼내서 정리해야 한다”라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분리배출 등의 일상적인 규칙을 지켜주기를 당부했다. 생활관 미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로 음료나 책을 정해진 쓰레기통에 버려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광숙 현대TMS(주) 소장은 “미화 근로자들이 청소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담배꽁초가 곳곳에 발견되는데, 학생들로부터 담배꽁초를 치워달라는 항의가 자주 들어온다”라며 치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버리는 사람의 노력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대학 근로자들은 2012년 본지의 취재와 비교해 훨씬 개선된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변화하고 맞춰나가야 할 사항들이 있다. 특히 이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는 미화 근로자와 조리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크게 좌우한다. 미화 근로자들이 업무 과중 개선을 위해 강력히 요청한 학생들의 정확한 분리배출과 조리 근로자들이 부탁한 마감 시간 엄수는 대학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이고 배려다. 또한, 학생들이 근로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근로자들이 느끼는 자존감이 변한다. 미화 근로자 김 씨는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학생들이 인사하며 학교의 구성원으로 대우해주는 순간을 꼽았고, 조리 근로자 최 씨는 학생들의 비난과 응원에 한 달의 상처와 행복이 결정됐다. 복지회에서는 조리 근로자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존칭 사용과 근무 여건 개선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 김무환 총장은 부임 이후 꾸준히 근로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교내 근로자들이 느낄 근무 여건과 이들에 대한 대우가 실질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교내 근로자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근로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대학에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학생 본인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을 근로자들의 업무로 미루지는 않았는지 먼저 되돌아보자.

▲샤워 시설과 주방까지 갖춘 여자기숙사 3동 미화 근로자 휴게실
▲샤워 시설과 주방까지 갖춘 여자기숙사 3동 미화 근로자 휴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