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왕좌 지킬 수 있을까 … 숏폼 콘텐츠 시장 과열 양상
틱톡, 왕좌 지킬 수 있을까 … 숏폼 콘텐츠 시장 과열 양상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9.0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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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쇼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출처: 구글 공식 홈페이지)
▲유튜브 쇼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출처: 구글 공식 홈페이지)

 

중국의 IT 기업 바이트댄스의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이 페이스북을 제치고 지난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2위 △왓츠앱 3위 △인스타그램 4위 △페이스북 메신저가 5위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30억 건을 달성한 틱톡은 ‘숏폼(Short Form)’ 전성시대를 열며 영상 소비 패턴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숏폼 콘텐츠란 짧게는 15초, 길게는 10분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일컫는다. 틱톡이 독점하던 숏폼 콘텐츠 시장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합류하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Short’ 하지 않은 숏폼 콘텐츠 
가장 먼저 숏폼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건 사진 기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이다. 지난 6월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인 애덤 모세리는 “우리는 더이상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콘텐츠의 형태를 다양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런 시도의 일환으로 지난 2월 인스타그램은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 릴스(Instagram Reels)’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1분 이내의 영상을 촬영하고, 증강현실 필터와 배경음악 등의 효과를 추가해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영상을 공유한다. 인스타 릴스는 후발주자지만 전 세계 10억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흡수하며 틱톡을 바짝 뒤좇고 있다. 
뒤이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지난 7월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를 국내서 출시했다. 유튜브 쇼츠는 방탄소년단의 신곡 ‘Permission to Dance’에 맞춰 춤추는 ‘Permission to Dance 챌린지’를 독점으로 진행하고,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화 약 1천 150억 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하는 등 신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전력하고 있다.
롱폼(Long Form) 플랫폼의 절대 강자인 넷플릭스도 예외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패스트 래프(Fast Laughs)’라는 숏폼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였다. 패스트 래프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요 장면만을 모아 짧게 압축한 1분 이내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짧게 몰입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의 장점을 살려 기존의 롱폼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홍보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영상 길이를 줄이는 데 주력하는 가운데, 틱톡은 오히려 영상 길이를 늘이고 있다. 지난 7월 틱톡은 기존에 60초로 제한했던 영상 분량을 최대 3분까지 늘인다고 밝혔다. 틱톡이 숏폼 콘텐츠를 넘어 영상 콘텐츠 시장 전체로 확장을 꾀하면서 숏폼 콘텐츠와 롱폼 콘텐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소비한다
숏폼 콘텐츠는 촬영이나 편집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돼 진입 장벽이 낮다. 플랫폼에서 영상 촬영부터 편집, 공유까지 가능해 누구나 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MZ세대뿐만 아니라, 중년층 창작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 에이프’에서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틱톡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년층의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도 숏폼 콘텐츠의 매력이다. 주로 TV보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현대인들은 어디서나 짧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숏폼 콘텐츠는 특히 MZ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 1월 국내 틱톡 이용자의 연령별 분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이용자가 전체의 42.7%로 가장 많았다. 간단명료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MZ세대를 저격한 것이 그 비결이다. 
숏폼 콘텐츠의 인기는 드라마와 예능을 비롯한 방송 콘텐츠로까지 번졌다. 유튜브에선 최근 10분 이내의 짧은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채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짧은 대본 ShortPaper’는 MZ세대의 일상에 관한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채널로, 지난달 기준 구독자 60만 명을 기록했다. 1시간이 훌쩍 넘는 옛날 예능 콘텐츠를 10분 내외로 압축한 영상을 게시하는 ‘오분순삭’ 채널 역시 115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돈이 되는 숏폼 콘텐츠
숏폼 콘텐츠는 돈이 된다. 기업들은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숏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다. 기업의 마케팅 부서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발히 운영하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플랫폼은 그 대가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창출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인스타그램 광고 매출은 2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페이스북 광고 매출 690억 달러의 거의 30%에 달한다.
숏폼 콘텐츠의 세계에서 창작자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틱톡 창작자 중 한 명인 카비 라메는 1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과도하게 연출된 느낌을 주는 소위 ‘틱톡 감성’을 비꼬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플루언서 분석 사이트 ‘Influencer Marketing Hub’에 따르면 카비 라메는 게시물 당 한화 1억 원이 넘는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틱톡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로운 콘텐츠가 흘러넘치다 못해 쏟아져 나오는 숏폼 콘텐츠 생태계에서 주도권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