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느리게 삽시다
[지곡골 목소리] 느리게 삽시다
  • 홍대훈/재료 4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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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휴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우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가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며 잡지 같은 것에서 심심찮게 휴학에 관한 기사도 볼 수 있다. 나 자신도 작년에 휴학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동기들보다 졸업이 늦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휴학을 통해 얻은 것이 많았다. 물론 방학을 통한 재충전도 가능하겠지만 아예 학교를 한 학기 또는 1년 정도 떠나 얻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얼마 전부터 휴학하고 해외로 나가서 지내다가 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무척 많다고 한다. 나 자신의 경우도 학기 중이라면 생각하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모자랐던 잠을 보충해 건강도 좋아졌다. 자주는 아니지만 학교를 벗어나 여기저기 다녀보기도 하였고, 육체 노동같은 일도 해 보았다. 휴학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수업이 없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부담도 없었고, 따라서 조용히 누워서 맘 편히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고쳐야할 점들을 느꼈고 생각이 많이 깊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유시간에 신문, 뉴스 등도 자주 접하면서 세상 보는 눈도 많이 기를 수 있었다.

최근 베스트셀러 책 중에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이 있다.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바쁘기 때문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지고보면 우리 포항공대생들도 하루하루를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가. 언젠가 어느 선배로부터 우리 학교는 4년만에 졸업하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총장님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말도 안 된다고 하셨다. 오히려 할 수 있으면 조기 졸업 등으로 과정을 빨리 마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두 의견 모두 나름대로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4년만에 제대로 졸업하는 것보다 더 오래 학교를 다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 때 졸업하는 사람들보다 인생에 있어서 속도는 뒤떨어지겠지만 대신 값진 것을 얻을 수도 있다. 휴학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휴학한다고 하면 -군휴학이 아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건전한(?) 휴학 한 번쯤 해보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아주 무계획한, 그냥 학교 다니기 싫어서, 힘들어서 하는 의미 없는 휴학은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