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는 사람 냄새가 필요하다
아직 우리는 사람 냄새가 필요하다
  • 안윤겸 기자
  • 승인 2021.06.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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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작가의 A New worldhood(2020)
미소 작가의 A New worldhood(2020)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언택트 시대를 맞이했다. 거리두기가 지속하자 많은 사람은 언택트 문화를 ‘몸과 마음의 멀어짐’이 아닌 ‘연결 방식의 변화’라고 표현하곤 한다. 미소 작가는 전시 ‘Hi! A NEW HOME’에서 언택트 문화와 함께 변화한 사람 간의 소통과 거리에 대한 설문을 수집해 시각화한다.
미소 작가의 작품 <A New worldhood (2020)>에는 검은 형체의 사람들이 서 있다. 네 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작품은 현재 우리의 거리를 보여주듯 한 캔버스에 3명 이하의 사람들이 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과 피상적인 형상 뒤의 그림자는 마음에도 거리가 생겨버린 사람들의 관계를 투영한다. 나무 캔버스의 갈라진 무늬를 따라 물감이 흘러내려 망가진 형체는 마치 가상공간과 같은 분위기를 더해 전과는 달라진 거리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한다.
전시관 벽면의 창문에 해가 들면,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글자를 만들며 설치작 <이 시기를 지나며, 우리의 거리는 어떻게 달라졌나요?(2021)>가 드러난다. ‘보고 싶다’, ‘서로의 눈’, ‘대화’, ‘갈망’ 등 그림자가 만든 글자는 설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말이다. 햇빛이 밝힌 속마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언택트 시대에 우리의 이상향을 보인다.
함께 하는 것에 가치를 두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만나지 못해 불편하기도, 만나지 않아 편하기도 한 거리가 필요하다.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같이 있기 위해 노력하며 우리는 이 상황을 ‘연결 방식의 변화’라고 포장한다. 미소 작가의 작품이 비춘 속마음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직 우리는 사람 냄새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