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도 옛말··· 코로나19로 꽉 막힌 취업 문
‘바늘구멍’도 옛말··· 코로나19로 꽉 막힌 취업 문
  • 김지원,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05.1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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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지난해 5월에 진행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출처: 중앙일보)
▲통계청에서 지난해 5월에 진행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출처: 중앙일보)

 

 

흔히 ‘낙타 바늘구멍 뚫기’, ‘하늘의 별 따기’로 비유되는 취업 경쟁률.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취업 문이 바늘구멍보다도 작아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채용 일정이 연이어 연기되며 입사 지원 기회는커녕 인턴,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을 쌓을 기회조차 잃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수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취준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8% 증가한 85만 3천 명으로 18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3월 들어 고용 지표는 개선됐으나 취준생들이 체감하는 고용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를 경험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축소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7.3%가 신규 채용을 포기했으며 46.3%가 채용 계획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로 인해 기업들이 실무 역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신입사원 채용을 주저하며 경력직 선호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올해 330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 선호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력직을 신입보다 우선 채용한다는 기업이 53.3%로 절반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 시장이 개편되며 경력직 선호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난이 길어지며 니트족 역시 급증했다. 니트족은 취업 의욕을 상실한 청년 무직자를 뜻하며,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나 실업자와 구분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의하면 그 규모는 2016년부터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년 대비 24.2%(약 8.5만 명) 증가했다. 전체 청년층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약 4.9%로 전년 대비 약 2.1%p 상승했다.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니트족은 지난해 18만 명으로 증가해 전체 니트족의 약 41.3%까지 상승했다. 일본의 거품경제 이후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 청년층처럼 코로나 백수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본 연구서에서 니트족의 증가는 단순한 개인의 소득 문제가 아닌, 부모 세대의 부담을 가중하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등 사회 잠재 성장률의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면 소비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채용 시장도 변화시켰다. 최근 서비스 업계에서는 고객과 종업원의 접촉을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종업원을 기계로 대체하는 무인화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3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의 키오스크(Kiosk) 도입률이 지난해 70%를 넘어서는 등 키오스크 사용이 전면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서비스업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고객의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도 또한 커져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종의 채용 공고는 전년도 대비 31.6%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의 감소로 청년층 고용 충격이 큰 상태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취준생들은 스펙을 쌓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인 어학 시험인 토익(TOEIC), 토플(TOEFL) 시험은 연일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적게는 4만 원, 많게는 10만 원을 웃도는 응시료 또한 물가 상승과 함께 인상됐다. 필수 어학 시험으로 꼽히는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과 오픽(OPIc) 응시료는 7만 원을 웃돌며, 토익 시험 응시료는 이달 23일부터 4만 4,500원에서 4만 8,000원으로 7.8% 인상된다.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에 따르면 취준생이 지난해 평균적으로 지출한 취업 준비 비용은 지난 2018년 대비 10%p 늘어난 37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들은 불확실한 취업 전망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에 설상가상으로 고비용의 학원 수강료, 수험 비용 등의 경제적 부담까지 지고 있는 셈이다.
고(高)스펙을 갖춘 취준생도 취업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람인’에 의하면 재작년 7월 취준생 2,8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7%가 기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지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난이 길어지며 생긴 불안감으로부터 고스펙 취준생의 하향지원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높은 퇴직률을 이유로 중소기업에서 고스펙 지원자를 꺼리다 보니 대기업 외길에 몰려 난감한 상황이다. 또한, 기업의 고용 축소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사람인’에서 올해 1월 취준생 3,6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5.8%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준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22.4%였던 재작년에 비해 대략 1.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3월 정부에서는 고용 위기를 극복하고자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4개의 추진 과제를 포함해 올해 총 5.9조 원을 들여 청년 104만 명을 지원한다. 첫 번째 추진 과제는 공공, 민간 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에선 공공 기관에 매년 정원 3% 이상을 청년을 대상으로 고용하는 청년고용의무제를 연장하고, 디지털·그린, 생활 방역·안정 등 여러 분야의 일자리 2.8만 개를 제공한다. 한편 민간 부문에선 중소·중견기업이 IT 관련 업종에 청년층을 채용할 시 인건비를 지원하고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중 일부를 청년에 우선해 지원하는 등 고용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도록 독려하고, 동시에 청년 창업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중점을 둔다. 그 밖에도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해 청년 인력을 양성하고 직업훈련과 맞춤형 고용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이 있다. 
대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대책이 청년층의 고용 한파를 녹이기 위한 좋은 입지를 만들어주길 고대하며,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회 주체가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