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공학윤리 이야기
진부한 공학윤리 이야기
  • 최수영 기자
  • 승인 2021.02.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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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고 과학 기술 강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천인 계획’이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천인 계획은 표면적으로 과학 기술 분야 고급 인재 유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선진국의 우수 연구자들이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 양산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A 교수는 중국에 자동차 자율 주행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달에는 저명한 일본인 연구자 44인 또한 중국의 천인 계획 참여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일본 보도가 있었으며, 미국·호주에서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기술력이 경제활동의 근간이 된 사회에서 정보·기술의 유출은 근절되지 않은 오래된 문제다. 특히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의 핵심 기술이 빈번히 유출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많은 주변 국가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우리나라의 OLED, 조선, 원자력 기술의 핵심 인력을 빼 가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정보 유출은 해당 기업의 흥망은 물론 기업이 속한 국가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근절돼야 할 사안이겠으나, 공학인 개개인에게 들려오는 제안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만일 기업의 핵심 인력인 당신에게 해외에서 현재 연봉의 10배와 최고급 아파트 제공, 자녀 명문 학교 입학 특혜 등의 솔깃한 제안이 잇따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학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구현해 인류의 편리함과 쾌적함, 안전에 이바지해왔다. 이런 제품 구현 과정에서 기술적인 설계의 정립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효율성, 환경적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공학인의 책무다. 우리는 전공과 함께 공학윤리를 배우며 그것의 존엄성을 학습해왔다. 공학인으로서 사명과 윤리 의식을 가지며, 부정을 멀리하고 양심을 지키는 윤리 강령을 이행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공학인은 뇌물과 상납, 접대 등의 비리 유혹과 업무 기밀, 정보에 대한 처리와 개인의 이익과 양심이 상충하는 점들을 늘 경계해야 한다.
정보·기술의 유출 문제를 공학인 개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외국 기업에 의한 자국 기업의 인수 합병 통제,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 과학자 기술 개발 참여 제한 등 관련법을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은 특허법, 의장법, 상표법, 실용신안법 등에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는 병과 규정을 둬 지식재산권 침해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 스파이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법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고 기술 유출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며, 공학인에 대한 윤리 실천 강령을 만들어 도덕 및 윤리 의식을 고취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보·기술 유출 예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산업 스파이로 적발된 대부분은 범법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내가 개발에 참여한 기술을 조금 이용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기술의 축적은 한 집단에서 오랜 시간의 노력과 지혜,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이뤄지는 결과물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공들여 기술을 얻는 것 대신 짧은 시간에 손쉽게 탈취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절도이며, 보편적인 인류 발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우리의 피땀으로 제작된 기술을 팔아넘기는 행위는 배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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