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형 융합 교육
사회문제 해결형 융합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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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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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를 뒤흔들면서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는 지금 인류가 가지고 있는 연구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정부 관련 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가용한 재원과 역량을 집중해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역시 그동안 축적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다각도로 해결점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대학에서 교육하거나 연구하는 학문을 살펴보면 아주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형태의 내용이 많다. 특히 추상 수학이나 이론 과학 등을 살펴보면 실용적인 것과 거리가 먼 아주 기초적인 것이 태반이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인 내용도 형성 초기 단계에는 아주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확률 통계에 관련된 학문은 국가 행정 사무, 법원 판결, 선거, 무역, 보험, 금융, 도박과 같은 실용적인 요구에 부응해서 발전했다.
프랑스 계몽사조기에 수학자들은 민주적 사회 질서의 확립이라는 사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 수학(social mathematics), 즉 사회 과학으로서의 수학의 이념을 제시했던 콩도르세는 1785년 다수결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확률에 관한 자신의 논의를 전개했다.
라플라스의 확률론도 본래 선거와 여론 조사 용도로 개발된 것으로 표준편차와 신뢰도 측정에 관한 통계 이론은 아직도 여론 조사를 하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표본의 수가 아주 많을 때 적용되는 푸아송 분포 역시 실용적인 목적으로 개발됐다. 푸아송이 1837년에 출판한 푸아송 분포에 관한 책 제목은 <형사 및 민사 평결의 확률에 관한 연구>였다.
수학자 가스파르 몽주는 자신이 개발한 화법기하학적 방법으로 군사용 요새 지도를 만들며 전쟁 업무에 참여했다. 최초의 공과대학이었던 에콜폴리테크니크 출신의 퐁슬레는 프랑스-러시아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수감 중에 사영기하학에 관련된 자신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과학자들은 순수한 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냈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섰다. 수학자 푸앵카레는 경도국에 근무하면서 지도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4차원 세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도 천문대의 관측 업무를 하면서 최소 자승법과 망원경에 쓰이는 렌즈의 관측 오차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같은 괴팅겐대학의 수학자였던 펠릭스 클라인은 에콜폴리테크니크를 모범으로 삼아 독일 대학을 개혁했다. 수학을 물리학이나 기술에 응용하는 데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클라인은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 맞추어 열린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수학의 현재 상태’에 관한 개막 연설을 했다. 여기서 그는 앞으로 수학은 수학, 자연과학, 공학의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괴팅겐대학 수학과 교수였던 힐베르트의 추상 수학은 수학의 역사 속에서 보면 아주 예외적인 접근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미국의 대학들은 원자탄, 레이더, 로켓, 관성 유도 장치, 방공망 체계, 컴퓨터 통신 등 전쟁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구 중심대학들이 발전하게 됐다. 냉전 이후 핵전쟁을 대비한 분산 통신 체계를 위해 개발했던 아르파넷은 인터넷의 원조가 되기도 했다.
냉전 이후에도 대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상업적인 응용이 가능한 학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가오면서 생명과학, 정보통신, 기초과학, 사회과학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들이 급속도로 서로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이끌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던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학생들에 대한 교육 문제가 크게 부각된 적이 있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및 교육 방식, 사회 문화 융합 교육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던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전략이었다.
우리대학에서도 융합대학원을 새로 설립해 다양한 융합 분야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사회 데이터 사이언스, 환경과 결합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같이 사회 문제 해결형 융합 분야에 이공계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겠다.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융합 교육은 이제 시대의 요구이자 대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