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법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법
  • 박은하 기자
  • 승인 2021.01.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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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은 시험 기간을 보내고 실질적으로 남은 것은 한 문자의 학점과 지친 몸 상태뿐이었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찾기 위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재충전과 기억에 남을 시간을 내게 안겨 주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여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열심히 학기를 보낸 후에 원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았다. 또 목표를 향해 달려왔던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일어나서 노래를 듣다 문득 행복감에 휩싸인 나를 발견했다.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나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따뜻한 말들로 이뤄진 가사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상황이 바뀌기 힘드니 나를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고 그것들을 마음껏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과 인간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가까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자고 다짐했다. 상호 작용 단절이 환영받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주변 사람들은 없었는지 살펴봤다. 학교에서 생활하느라 연락도 자주 하지 못했던 중·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가족들도 더 잘 챙기고 싶었다. 동생에게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돕지 않았던 수학 공부를 알려주기도 하고 부모님과 많이 하지 못했던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기로 했다. 같이 오순도순 TV 앞에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는 ‘힐링’이었다.
작년까지의 겨울은 연말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떠나는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겨울에도 적응했는지, 따뜻하게 보내는 법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행복한 것을 하고 소중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어쩌면 상투적일지도 모르는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다’라는 문구를 다시금 곱씹으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