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턴의 하루
대기업 인턴의 하루
  • 이유진 / 화공 18
  • 승인 2020.09.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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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반도체 회사 ‘SK하이닉스’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개강이 2주 정도 연기돼서 예년보다 조금 늦은 시작이었다. 지난 4주 동안 나는 주로 내 자리에서 하루를 보냈다. 보통 아침 8시 반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주어진 개별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데, 하이닉스 내부 사이트에 들어가면 동영상 자료들이 많아 그것을 보고 스스로 공부한다. 많은 사람이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기 어려워 대기업에 가면 배우는 게 없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동영상 자료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강의가 있어 반도체의 세부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내용, 마케팅, 일어, 독어 강의 등 다양한 교양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오전 시간을 보내고 11시 반이 되면 팀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점심은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데 메뉴가 다양하고 맛도 좋다. 또한,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야식까지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매 끼니는 식당에서 식사를 챙겨 먹을 수도 있고, 바쁜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등을 골라서 갈 수도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다들 자리에 돌아가서 다시 일을 시작하고 나도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내 자리는 멘토님 옆자리라 그분이 몹시 바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멘토님이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대기업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모두가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토론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오후 3시쯤이 되면 한 번의 티타임이 또 있다. 이때는 팀원들이 아닌 같은 인턴들과 자리할 때도 있다. 인턴들도 모두 공대생들이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생활하는 것도 비슷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포항에서만 있었다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었다.
오후 5시 반이 되면 드디어 퇴근이다. 일주일에 40시간 근로이기 때문에 평소에 조금씩 빨리 오거나 늦게 퇴근하면 금요일에는 오후 4시 반 전에 퇴근할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기숙사에서 쉬거나 회식에 참석한다. 우리 팀은 회식을 많이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인턴 첫날부터 인턴 환영회가 있었다. 회식 분위기는 팀원 구성에 따라 다른데, 우리 팀은 20, 30대가 많아서 대화도 잘 통하고 재미있었다. 회사 안에서는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이야기와 직장인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기숙사에 돌아와 잠자리에 든다.
여름방학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고, 대기업은 어떤지 궁금해서 시작한 인턴 생활이었다. 학부를 졸업하면 단순히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마치겠다고 생각한 평범한 내 일상에서 SK하이닉스 인턴 생활은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공부해야 하는지와 그 이유를 알려줬다. 우리대학 안에는 내가 그리던 길을 걸어온 교수님들과 선배들이 있지만 그 밖의 새로운 사람들, 그중에서도 실제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생각은 내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SK하이닉스에서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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