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문 너머
작은 창문 너머
  • 백다현 기자
  • 승인 2020.07.14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방 책상 앞에는 창문이 있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그냥 어느 집에나 있는 창문이다. 나는 이 창문 너머의 하늘을 본다. 공부에 지치면 한 번, 멍하니 한 번, 배고파서 한 번. 유독 날씨가 좋았던 올 한해는 하루의 하늘을 눈에 담았다. 외출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기에 바깥의 변화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늘만 보면서 창 너머의 햇살이 얼마나 좋은지, 어떤 바람이 부는지, 어떤 계절의 냄새가 나는지 상상할 뿐이었다. 정말 답답하고 우울해서 밖에 나가고 싶어도 오늘의 여유가 내일의 결점이 될까 두려워 참고 버텼다. 
세상과 단절된 집, 작은 방에서의 삶은 내 마음을 구겨 작게 만들었다. 열심히 살자는 다짐은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는 집착으로 바뀌었고, 혼자 건네는 칭찬은 익숙해져 격려의 방법을 잃었으며 나를 보는 눈빛은 내가 짊어질 책임과 부담이 됐다. 좁아진 마음과 함께 기계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수업을 듣고 숙제하고 공부하는 하루를 반복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모른 채 해야 하는 것만 알았다. ‘나’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내 삶은 완벽하게 살아져야 했다. 
작은 마음과 나에 대한 질책은 세상을 그저 내 방 앞 작은 창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1m 남짓의 작은 세상. 이마저 실재(實在)를 알 수 없는 상상 혹은 착각으로 이뤄진 세상인 것을 알면서도 그곳에 나를 맞추기 위해 기계처럼 살았다. 창문 너머에 발을 내디딜 수 있음에도 현실을 살아내야 한다는 핑계로 회피했다. 사실은 진짜 세상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여태까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기에 싫어도 참고 해왔지만, 하고 싶은 일은 모르기에 목표와 방향을 잃을 것이 두렵다. 성공이라 생각한 것들이 겨우 작은 부분이거나 거짓이어서 이전에 해왔던 노력과 결과가 아무것도 아닌 껍데기인 것으로 드러날까 무섭다. 아무것도 준비 안 된 자신을 볼 용기가 없어서 현실의 명분 안에, 내 작은 방안에, 창문 안에 숨었다. 내 작은 세상과 마음은 여유를 잃어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불안한 나를 만들었다. 현실과 타협하는 스스로가 미운 건데 되려 화살은 다른 사람에게로 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그 대상이 됐다. 
이제는 창문 너머의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싶다. 작은 창문을 벗어나 실제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전에 내 짜증을 받아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엄마에게, 내 편을 들어주는 아빠에게, 고작 이것뿐인 나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정말 사랑하고 고맙다고 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