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교육 경험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자
비대면 교육 경험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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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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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총리는 ‘참새도 오장육부가 있다’라는 비유를 써서 아무리 작은 나라도 기본적인 국가 기관과 일정 인원의 공무원이 필요하기에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교원 수가 적은 우리대학도 각 학과가 기본적으로 개설해야 할 필수 과목 수는 교원 수가 많은 타 대학 해당 학과와 별다르지 않기에 많은 학과가 필수 과목 외의 다양한 전공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겪어 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의무 강의 시수보다 과목을 더 개설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적은 강의 시수는 우리대학 교원이 연구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에 연구 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다양한 강의를 개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려 해도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 수강 신청 인원이 5명이 되지 않는 경우, 학교 규정상 폐강이 기본이다. 물론 교무처에 요청하면 폐강은 면할 수 있지만, 의무 강의 시수에서 제외된다. 교수는 의무 시수를 채운 후 연구 시간과 강의 시간을 맞바꾸며 신규 과목을 개설해야 하므로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개교 이래 지속해 왔다. 
역사적으로 환경의 대격변은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들에게 큰 도전과 동시에 기회였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생명체는 번성했고 그렇지 못한 생명체는 멸종했다. 이번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교육계에, 특히 대학 교육에 격변이라 부를 수 있는 대충격이 가해졌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비대면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전 대학 구성원이 강제로 경험한 것이다. 교수들은 연구실 컴퓨터에 펜테블릿을 설치하고 전자 노트에 필기하며 진행하는 강의를 경험했고, 학생들은 비대면 영어 회화 강의에서 강의실 강의보다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되는 스스로를 목격했다. 교원들은 이제 스스로 전 강의를 녹화해 MOOC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게 됐고, 학생들은 녹화된 강의를 미리 보고 들어와서 수업 시간에는 Q&A만 진행하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의 효율성에 감탄했다. 
물론 비대면으로 인해 전달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제때 녹화영상을 안 보고 수업 부담만 늘어나는 강의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 덕분에 다양한 교과목의 개설이라는 우리대학의 묵은 문제가 해결 가능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학과의 필수 교과목들을 녹화된 영상을 사용하는 MOOC 방식이나 이를 절충한 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각 학과에서 해당 강의를 가장 잘한다고 인정된 교수의 강의를 녹화해 다년간 제공한다면 그 기간 많은 교원의 강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맞춰 교무처가, 이런 방식으로 필수 교과목을 개설할 경우 1, 2회 정도 강의 시수 전체를 인정해 주고 그 후에는 일부 인정해 주는 등의 제도 변경을 시도한다면 줄어든 강의 부담이 새로운 강의의 개설을 독려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신규 강의를 개설할 때는 5명 미만의 수강생이라도 강의 시수를 인정해 주는 과감한 제도 변경도 가능할 것이다. 
영어강의 기본 원칙의 변화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제 국내 많은 대학이 교수들이 녹화한 전공 강의 영상을 인터넷상에서 체계적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우리대학의 영어강의 정책으로는 영어강의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타 대학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우리의 많은 명강의로 학습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것이다. 이는 연구와 교육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우리대학의 건학이념과도 맞지 않다. 따라서 강의를 녹화해 YouTube나 POSTECHx 등에 업로드할 경우에는 영어강의 필수 요건을 면제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양한 교과목을 교내 구성원과 사회에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오랜 문제 하나를 해결함과 동시에 우리대학의 숨은 명강의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높임으로써 건학이념을 더욱더 충실히 구현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교무처와 교육혁신센터의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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