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
엄동설한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
  • 최수영 기자
  • 승인 2020.07.0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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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쳐 / 2019.12.20 방영 / 제작: 로런 슈미트 히스릭
더 위쳐 / 2019.12.20 방영 / 제작: 로런 슈미트 히스릭

 

작년 겨울, 넷플릭스를 뜨겁게 달궜던 다크 판타지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바로 ‘위쳐’ 시리즈다. ‘위쳐’는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판타지 소설 ‘더 위쳐’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넷플릭스의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리즈 ‘위쳐’는 28일간 7,600만 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시즌 1 시청자 수’ 중 역대 최대 기록이라 밝혔다.
시리즈 ‘위쳐’는 엘프와 노움, 인간, 괴물이 공존하는 암흑의 시대를 배경으로 괴물 사냥꾼 위쳐 ‘게롤트’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왕족 ‘시리’, 마법사 ‘예니퍼’가 만나 재앙과 맞닥뜨리며 펼쳐지는 서사시를 그렸다. 작중에서 위쳐는 생존율이 극악한 인위적인 돌연변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괴력을 소유하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전투형 인간이다. 그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며 냉철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위쳐 중 한 명인 리비아의 게롤트는 인간과 공존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괴물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어둡고 암울하며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더 작은 해악에 대한 선택과 딜레마를 다룬다. 게롤트는 여느 위쳐와 달리 비인간성 틈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갈등하고 무고한 이들을 향한 폭력을 피한다.
“악은 악이오. 작든 크든 중간이든 다 똑같지. 지금 두 가지 악을 두고 어느 한쪽을 택하라고 한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택하지 않겠소”
그렇기에 딸을 팔아넘기고, 형제를 죽이고, 부모를 버리는 ‘악’이 만연한 시대에서 누구보다 비인간적인 종족으로 만들어진 게롤트가 악의 기준을 고뇌하고 가장 인간적인 행동을 보이는 모순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소외되고 버림받아 외로움을 느끼지만, 서로를 발견하고 그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 엄동설한 속에서 피어난 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작품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가장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성이 피어난 모습에서 우리는 현실의 인간성, 악의 기준, 가족애를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