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한민국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당신은 대한민국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 김영현 기자
  • 승인 2020.07.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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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나는 외국의 큰 미술관에 가게 됐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보고 감상하고 있었는데, 대뜸 어떤 부부가 내게 다가와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대답하니 그들은 자신이 프랑스에서 왔고 내가 감상한 그 그림의 풍경이 자신의 집 앞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림의 작가에 대해서도 내게 설명을 해줬다. 숙소에 돌아와 그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문득 ‘내가 외국인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해줄 만큼 잘 아는 우리나라 화가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몇몇 분이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생전 처음 전시회장에서 만난 외국인에게는 도저히 설명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의 자신감도 없을뿐더러 그럴 만큼의 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부부가 그저 자신의 동네를 자랑하고 싶어서 혹은 미술에 엄청난 조예가 있어서 내게 말을 걸었을 수도 있지만 내겐 우리나라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충분한 계기로 다가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자국의 역사를 아는 것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힘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으로 한국사를 교육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험으로 평가받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으로서 의무교육과정을 거치며 오랫동안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했지만 사실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 어디서 들었거나 봤던 것이지만 제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는 못한다. 나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고 장영실이 측우기를 발명한 것은 알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깊은 뜻이나 의미에 대해선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시험을 위해 역사적 사실들을 외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요즘엔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찾기 힘들고, 어떤 인터뷰에서는 초등학생이 3·1절을 ‘삼점일절’이라고 읽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기본적인 역사 지식을 모르는 사람들을 욕하지만 정작 그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비단 역사뿐만이 아니라 정치나 문화, 예술도 그렇다.
사실 나는 이런 상황의 원인이 그저 학문을 시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짙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세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관해 관심을 두고 공부하게 하기 위해선 개인적으론 역사와 사회에 대한 교육 방향에 약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다가가기보다는 한 나라의 이야기, 흐름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배경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은 걸 알지만 말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적을 이기려면 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적’이라는 단어는 너무할 수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고 우리나라의 국력을 더 기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수적이다. 그저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생각보단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