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심연과 하늘 그리고 나
내가 좋아하는 심연과 하늘 그리고 나
  • 백다현 기자
  • 승인 2020.02.1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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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에 지쳐 있었을 때, 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눈물 같았다. 마음이 뭉클했고 뭔가 감격스러운 느낌도 났다. 피폐해진 생활에서 가슴이 뛰는 것을 체감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놀이터에서 뛰어논 후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앉아 하늘을 봤다. 산 정상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하늘을 온몸으로 느꼈다. 텐트 안에 가만히 누워 별을 세었다.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하늘을 봤다. 생각이 없는 채로, 근심이 가득한 채로, 행복한 채로. 기분과 상관없이 하늘을 보면 심장이 뛰었고 기분이 좋았다. 파란 하늘은 상쾌함을 줬고 붉은 하늘은 따뜻함을 줬으며 검은 하늘은 뭉클함을 줬다. 그리고 까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세상에 대한 신비함을 줬다. 높은 곳에 있으면 하늘이 손에 잡힐 것 같고 아래의 시간은 멈춘 듯이 보인다. 하늘을 볼 때마다 감각과 생각이 깨어난다. 이런 느낌이 좋아서 하늘을 좋아한다. 
밤하늘을 보고 나면 깊은 생각에 잠긴다. 새벽의 감수성은 오글거리지만, 나는 그런 오글거림마저 좋다. 나의 내면, 나의 솔직한 심정,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 오로지 혼자서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내 속의 모든 것들을 일기장에 적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날것의 감정을 꺼내온다. 심연에 잠겨 감각을 일깨워 가장 밑바닥에 있던 것들을 불러 글로 남긴다. 다음날 절대 볼 수 없는 글이지만, 한참 후에 보면 도움이 된다. 전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 예전의 나는 어땠는지 생각하면 힘든 것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예전의 나에게 기대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큰 사건이 아니면 잊을 만한 일들도 일기에 적는다. 그러면 글을 읽을 때 추억을 소환해 그 당시의 소소한 행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내 삶을 기록하고 이로써 과거의 나보다 성장한 사람이 된다.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의 주체가 나라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나’이다. 가족과 친구들은 사랑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 같다. ‘사랑한다’라는 말에는 특유의 애틋함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라는 말은 설렘을 중심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 나는 나를 생각하면 설렌다. 내가 어떻게 될지 두렵기도 하지만 설렘이 더 크다. 하늘을 보다가도 내년 이맘때의 나를 생각하면 설렌다. 일기를 쓰다가도 내년의 나는 얼마나 깊은 곳까지 가라앉아 감정을 꺼내올지 설렌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나를 더 좋아할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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