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되고도 이제 20년째를 맞이하게 됐다. 2020년이라는 해는 마치 먼 미래일 것만 같았는데, 이제 현실이 됐고 곧 과거가 될 것이다. 약 10년 전 우리대학에 교수부임을 하고 나서 연구와 교육 활동에 매진하며 대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노력에 더해, 학교 혹은 학과 차원에서 우리대학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 영역에서 지난 10년간 계속됐다. 이런 행위들은 때로는 기대와 다른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우리대학의 위상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게 했고, 어느 부분에서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고도 생각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 구성원 중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더욱 발전할 우리대학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은 개교 20주년이던 해인 2006년 4월, 2020년까지 Global Top 20 대학을 목표로 하는 ‘Vision 20/20’을 선언했었다. 아쉽게도 2020년인 현재 이 목표는 이뤄어지지 않은 듯하다. 물론 이런 장대한 목표를 두고 열심히 뛰어왔기에 현재 발전한 우리대학이 있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점은 앞으로의 10년 동안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떠한 전략으로 그 목표를 실현하는 것일 것이다. 본문에서 우리대학의 10년 후 목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고, 다만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던, 그 목표가 우리대학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있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개교 이후 우리대학은 단기간에 우수한 교원들과 학생들을 유치했고,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급성장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국내 최고 대학 반열에는 들었지만, 그 이상 수준으로의 성장에는 실패했다고 판단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리대학의 위상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이렇게 우리대학의 성장을 막고 있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포항에 있다는 지역적 한계와 예전 같지 않은 재단의 지원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고, 이를 극복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대학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은 지속적인 우수 교원의 유출이다. 우리대학은 국내 다른 대학들에 비해 신임 교수에 대한 지원이 좋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을 교원으로 유치할 수 있고, 이들의 성장을 위해 초기에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대학의 지원을 통해 성장한 우수 중견 교수들이 타 대학으로 이직하는 데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것 같다. 외국 대학의 경우 우수 교원의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으로 그들의 사기를 진작하거나, 이직하고자 하는 대학에서 제시한 조건보다 더 좋은 카운터 오퍼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우수한 신임 교원을 유치하는 동안 더 우수한 기존 교수들을 놓치는 것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학과는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20년을 맞아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은 보다 많은 재원을 확보해 대학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또한 대학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학과 차원에서는 학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민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교육과 연구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 기반한다면, 대학의 구성원들은 우리대학을 기쁨과 슬픔을 같이할 ‘나의 학교’로 생각할 것이다. 주인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이해 구성원들 모두 한뜻으로 뭉쳐 세계 최고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그날을 위해 신명 나게 노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소수 정예 대학의 진면목을 향후 10년 이내에 멋지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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