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따라 하면 어쩌죠? 조커가 낳은 모방 범죄 논란
영화 보고 따라 하면 어쩌죠? 조커가 낳은 모방 범죄 논란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9.11.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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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중 정신질환을 앓는 조커가 소외계층임을 보여주는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조커’ 중 정신질환을 앓는 조커가 소외계층임을 보여주는 장면(출처: 네이버 영화)

 

지난달 2일 개봉한 영화 ‘조커’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10월 15일) 400만 관객을 달성하는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는 코믹스 캐릭터 영화 최초로 국제영화제에서 최고등급상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영광을 얻으면서 개봉 전부터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잔인함을 보여줘 각종 범죄에 대한 정당화와 모방 범죄의 위험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조커의 주인공 아서는 미국 가상의 도시 고담에서 광대 일을 하는 소외계층이다. 정신질환으로 사회생활이 힘들고, 홀어머니까지 부양하고 있다. 사회가 자신에게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는 지하철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부유층 청년 3명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맨정신으로는 자신이 사회에 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인마가 된다. 즉, 자신의 범죄가 사회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논리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매우 자연스럽고 치밀하게 묘사한 영화의 뛰어난 작품성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 따라 할 수 있다는 모방 범죄에 대한 논란을 일게 했다. 
우리나라 관객이 보기에는 이런 논란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나 테러가 일어난 적이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커가 처음 상영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경찰이 상영관에 최대 수준의 경계령을 유지했고, 미 육군과 FBI는 일부 극단주의 커뮤니티의 조커 개봉에 맞춘 총기 난사 계획을 확인하고 이에 대비책을 마련했으며 많은 상영관에서 코스튬, 마스크 착용, 얼굴 분장 등을 금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2년 콜로라도주 오로라 시(市)에서 발생한 조커 모방 총격 사건의 희생자 가족이 영화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에 우려를 담은 편지를 전한 것 또한 화제가 됐다. 오로라 총기 난사 사건은 조커를 다룬 다른 영화인 ‘다크 나이트’를 본 제임스 홈스가 머리를 붉게 물들인 채 자신이 조커라고 주장하며 2012년 오로라의 한 극장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죽은 사건이다. 계속된 논란에 워너 브라더스 측은 “이 영화는 현실에서의 폭력을 옹호하지 않으며 조커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크 나이트’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서 주인공에 과하게 몰입해 범죄를 일으킨 일들이 많았다. 첫 번째로, 조커가 많은 오마주를 했다고 알려진 영화 ‘택시 드라이버’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같은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상원의원의 암살 계획을 세우지만 실패한다. 당시 이 영화를 본 존 힝클리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1981년 3월 30일 미국 워싱턴의 힐튼호텔 앞에서 당시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에게 6발의 총알을 쏜다. 
또 저승사자 의상과 귀신 가면으로 유명한 영화 ‘스크림’도 끔찍한 모방 범죄로 논란이 있었다. 1998년 16살 소년 마리오 파딜라는 15살짜리 사촌 동생과 함께 저승사자 의상을 입고 자신의 엄마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돈을 취한다. 영화의 방법을 모방해 자기 부모를 죽인 것이다. 경찰에 잡힌 그들은 ‘스크림’과 ‘스크림 2’를 보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둘은 십 대지만 성인으로서 재판을 받고 실형을 살게 됐다.
제4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색, 편집상 모든 부문에 후보작으로 오른 ‘시계태엽 오렌지’도 모방 범죄 논란으로 감독이 직접 상영금지를 요청하는 곤욕을 치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마약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고, 성폭행, 살인, 절도를 일삼는다. 영화를 본 몇몇 영국의 청소년들은 영화 주인공이 소녀를 성폭행하며 부르는 ‘Singing in the Rain’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성폭행, 폭행 등의 모방 범죄를 일으킨다. 이에 감독이었던 스탠리 큐브릭에게 비난과 항의가 쏟아져 큐브릭은 직접 상영금지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영화에 나오는 방법을 따라 살인, 절도를 저지른 사건들이 많다. 그런데 모방 범죄를 낳은 영화들은 대부분 뛰어난 작품성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면서, 마치 정상적인 사고를 거친 결과, 어쩔 수 없이 악해진 듯 보이기도 한다. 또, 정신질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마약 등은 그럴듯하게 설득력을 보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들의 본성이 자기가 억울하다고 느끼면 살인, 성폭행, 절도 등의 범죄를 범할 정도로 악하다는 것, 모방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런 가상의 캐릭터에게 자신을 동일시해 범죄를 저지를 만큼 도덕적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모방 범죄에 대한 논란은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일반적인 도덕적 잣대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필요성을 대두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