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끝나버린 공소시효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끝나버린 공소시효
  • 최수영 기자
  • 승인 2019.11.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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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 처벌 가능할까
▲국회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에 대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다(출처: 연합뉴스)
▲국회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에 대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다(출처: 연합뉴스)

 

지난 9월, 한국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손꼽혔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하 화성 사건)’의 범인이 특정됐다. 그는 1994년 자신의 처제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였다. 그러나 화성 사건은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2일을 기해 만료돼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소시효가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범죄자의 방패가 되는 것일까.
공소시효란 죄를 범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소추권을 소멸시켜 공소 제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제도의 의의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나뉜다. △국가형벌권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구속 △불안정한 법률관계의 조속한 종결 △수사력의 효율적 운용 △증거보전의 어려움. 즉, 국가 스스로가 범죄자를 빨리 잡지 못한 책임을 부담하고 경찰 인력의 낭비를 막기 위한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공소시효가 존재하고 유지된다. 하지만 살인, 국가반역죄, 테러같이 죄질이 무거운 죄까지 법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또한, 고위 권력자의 범죄에 악용되는 법률이 될 수 있다. 예로 1977년 개그맨 김정렬의 친형은 군 선임자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했으나, 군 당국은 이를 자살로 날조했다. 30여 년이 지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진상을 밝혔으나 군 복무 중 상해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에 불과해 처벌하지 못했다. 화성 사건도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낳은 부작용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사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에 의해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런 살인죄의 공소시효 적용 배제는 2015년 7월 31일부터 시행됐으나, 그전에 범한 범죄로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도 적용된다. 이 규정이 속칭 ‘태완이법’이다. 그러나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화성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작용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의 살인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나 관련 법이 개정되기 전 화성 사건이 일어난 1986~1991년 사이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적용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예외적으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화성 사건 피의자 이춘재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10월 화성 사건 공소시효 폐지 특별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반인륜적이고 잔악무도한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자는 취지”라며 “모방 범죄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소시효는 분명 오랜 숙고 끝에 만든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9번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있는 이춘재는 공소시효의 수혜자가 됐다. 이춘재는 ‘죄’나 ‘마음의 짐’ 혹은 ‘사죄’의 감정이 결여된 범죄자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력자들이 악용하고 범죄자가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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