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설립, 변경, 폐쇄를 신중하게 하자
학과 설립, 변경, 폐쇄를 신중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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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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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의 전체적인 구조와 모습, 그리고 그 특성을 쉽게 파악하려면 그 대학의 학과 분포를 살펴보게 된다. 학과의 신설 및 폐쇄 등 변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대학의 전통과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공과대학이 설립되기 이전에 대학은 중세 대학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신학, 법학, 의학과가 중심이 되어 운영됐다. 오늘날 이학부 학과의 모태가 됐던 자연철학은 중세 대학에서 전공 학과를 지원하던 교양학부에서 태동했다. 중세 대학의 교양학부는 근대 이후 대학 철학부의 모태가 됐다. 훔볼트의 교육 개혁 이후에 철학부는 대학 개혁의 중심이 됐고, 여기에서 수많은 학과가 등장했다. 문학, 역사학, 철학 등이 여기서 나왔고 심지어 수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 등도 이 철학부에서 분기돼 나왔다. 그 시절에 자연과학은 인문사회 분야와 함께 같은 학부에 속해 있었던 셈이다.
시대에 따라 인기 학과도 변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18세기에 광산학과는 가장 첨단 분야의 학과에 속했다. 이 학과는 오늘날 지질학, 화학, 재료공학, 신소재공학과 관련된 학과의 원조가 됐다.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과 같은 전통적인 학과는 교사 양성을 위해 고등사범학교가 만들어지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에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분야가 전문화되면서 분화됐고 이에 따라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지구과학과 등의 학과들도 생겨났다.
학과 설립 순서를 보면 공과대학의 전체적인 역사를 알 수 있다. 토목공학과가 가장 오래된 학과이고, 그다음이 기계공학과, 그리고 한참 뒤에 전기공학과, 화학공학과가 뒤를 잇는다. 토목공학은 18세기를 통해 군사공학에서 나왔고, 산업혁명 이후에 증기기관이 나오면서 기계공학과가 등장했다. 제2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산업 분야는 전기 및 유기화학 분야였고, 이에 부응하여 전기공학과와 공업화학과 혹은 화학공학과가 등장했다. MIT와 같은 전통 깊은 대학을 보면 이런 유형의 학과 순서를 따르고 있다.
우리대학의 학과 순서는 아주 특이한 구조를 보였다. 수학, 물리, 화학, 생명 등은 초기 순서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공학 분야는 좀 달랐다. 초기에 우리대학은 공학 분야의 학과 순서를 정할 때 손쉽게 가나다순으로 정했다. 그러다 보니 금속재료공학과가 가장 처음에 오게 되고 화학공학과가 맨 마지막에 위치하게 됐다. 더욱이 가나다순으로 건물을 배치하다보니 제1공학관은 금속재료공학관이 됐다. 물론 금속재료공학과가 RIST와 연구소를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1공학관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학과 이름이 바뀌면서 이 원칙은 무너지게 됐다. 금속재료공학과는 재료금속공학과로 변경됐다가 신소재공학과로 바뀌어 가나다순의 원칙을 적용하기 힘들게 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과의 이름도 바뀐다. 광산학과는 자원공학과, 금속공학과, 재료공학과, 신소재공학과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도 옛날 이름을 고수하는 대학도 있다. 18세기에 설립된 프랑스의 광산학교는 아직도 옛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대학도 역사가 깊어지면서 설립 초기에 만들어진 학과 이외에 수많은 학과가 등장했다. 정보통신대학원, 철강대학원, 환경공학부, 첨단원자력공학부, 창의IT학과 등 수많은 융복합 분야의 학과들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인공지능 관련 대학원이 신설됐고, 대학원 입시 전형은 진행중이다.
출생 신고와 혼인 신고는 비교적 간단해도 사망 신고와 이혼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학과도 설립은 비교적 쉽고 절차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지만, 폐쇄는 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그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설립은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강렬하고 찬란하며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폐쇄는 석양과 같이 오래 걸리고 우리에게 많은 여운과 앙금을 남긴다. 학과의 설립과 명칭 변경, 폐쇄를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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