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9.10.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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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OBS)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을 위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출처: OBS)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가 나왔다. 그 후 경기도 연천군과 김포시,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지난 14일 기준 총 14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왔다. 해당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강화군에서는 이미 군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으며, 파주시와 김포시에서도 발생지 3km 내 살처분과 그 외 시 전역에서 돼지 수매 후 도축이나 살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이후 추가 확진 판정이 없었던 연천군에서도 발생농장 반경 10km 이내에서 수매 후 도축 및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일주일 만에 연천군의 방역대 바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의 수는 20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발병 이전 국내 사육 돼지 1,227만 마리 가운데 약 2%에 해당한다. 추가 발병 이후 돼지에 대한 이동 중지 조치도 다시 내려졌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시작되고 퍼진 것을 보면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부터 중국에서 퍼지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 5월 말 자강도 우시군에 전파됐는데, 열악한 방역환경 탓에 북한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살처분, 돼지고기 유통금지 등 각종 조치를 자체적으로 취했지만 7월 이후 북한 곳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고 있다”라며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일부터 휴전선 인근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돼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비록 멧돼지는 철책을 넘을 수 없지만, 멧돼지와 접촉한 동물, 그리고 오염된 하천수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46번 국도 이북의 야생 멧돼지를 모두 소탕하기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신종 전염병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사람을 비롯해 다른 동물은 이 질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서로 몸을 부대끼는 현상이 일어나고 발열, 비강의 출혈, 사지와 복부의 발적 및 출혈, 귀의 점상 출혈 등이 나타나다 급사한다. 그리고 치사율이 100%에 이르기 때문에 연구가 힘들어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에서 물렁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며 혹멧돼지속, 강멧돼지속, 숲멧돼지속은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집돼지가 속하는 멧돼지속에는 치명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종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1957년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퍼졌으며, 해당 지역의 멧돼지를 포함한 모든 돼지를 죽이는 등의 강경책으로 거의 박멸했으나 아직 벨기에, 슬로바키아 등 유럽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병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작년 8월 중국 랴오닝성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해외여행 시 돼지고기 가공품 반입 금지, 잔반을 사료로 주는 행위 금지 등의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돼지고기 수출이 중국에 집중되며 세계 곳곳에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고기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면 육류 수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의 수요가 감소하고 출하량이 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직후 급등했던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돼지고기 소매가 또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신 대체재인 닭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닭고기 도매가는 지난달 10일에 비해 144% 급등했고, 소고기 도매가 또한 6.4% 올랐다.
전 세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만큼 해외 전염병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 해외 전염병이 언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방역과 질병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에볼라, 메르스 등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해외 전염병뿐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해외 가축 전염병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당국의 노력에 협조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토착화를 막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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