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2001 형산제를 마치고
[지곡골목소리] 2001 형산제를 마치고
  • 남덕현 / 신소재 3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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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형산제 마스코트 "야쿠르시스"군
추적추적 내리는 빗 속에서 어느덧 가을 축제, 형산제도 그 막을 내렸다. 나는 얼떨결에 축제준비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그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과연 축제의 의미는 무엇일까?’였다.

학교 사람 아무나 잡아서 ‘축제’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유명가수 초청? 주점? 게임? 수업 휴강? 이런 저런 대답들이 나올 것 같다. 축제때 무엇을 할꺼냐는 질문에는 혹자는 따로 자신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떤이는 오랜만에 집에나 갔다오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준위들에게 축제를 준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한결같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일 것이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 상품들, 이런 저런 초청 공연팀들, 그 모두가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축준위들은 날마다 고민하고, 뛰어다니고, ‘삽질’하고, 그 모든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축준위들에게 주변사람들은 잘해야 본전치기하는 장사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축제를 즐길줄 아는 사람에게 축제가 시작되기 까지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설레이는지, 그리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축제가 개개인을 얼마나 뿌듯하게 하는지를...

이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밤이 되면 왠지 무슨 모임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일정을 확인하고, 괜시리 시간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축제후의 몇일간도 꽤 오래 지난 일들로 기억되어진다. 비록 기대보다 적은 사람이 참가했던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그것은 축제 기간 내내 비를 내리게 한 하늘의 탓으로 돌려 버리고 즐거웠던 축제로만 기억하고 싶다.

비록 형산제는 올해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년에도 축제는 계속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떤 사람들이 준비를 하게 될지, 어떤 축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준비하는 사람이 아닌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축제를 느낄 것이다. 다음 봄 축제를 준비하게 될 사람들에게 미리 ‘화이팅!’ 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축제는 즐기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