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 년 역사의 명문, 도쿄공업대학교 탐방
130여 년 역사의 명문, 도쿄공업대학교 탐방
  • 김성민, 김영현 기자
  • 승인 2019.02.2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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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공업대학 학생회관의 겨울풍경(출처: 도쿄공업대학 홈페이지)
▲도쿄공업대학 학생회관의 겨울풍경(출처: 도쿄공업대학 홈페이지)

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명문대 중 하나인 도쿄공업대학교(이하 도쿄공대)를 방문했다. 도쿄공대는 138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대학으로 세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본지는 화학생명과학연구소의 니시야마 노부히로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스즈카케다이 캠퍼스를 방문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건물과 학생들의 모습에서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고, 건물에 새겨져 있는 과학자의 명언들은 학업에 충실한 학교 분위기를 드러냈다. 생화학 중심 캠퍼스라 크기는 작았지만, 전체적으로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쿄공대를 방문한 후에는 화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재준 동문과 연락해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에 대해 인터뷰했다.
 

도쿄공대 니시야마 노부히로 교수 인터뷰

▲도쿄공대 스즈카케다이 캠퍼스에서 연구 중인 니시야마 노부히로 교수
▲도쿄공대 스즈카케다이 캠퍼스에서 연구 중인 니시야마 노부히로 교수

주 연구 분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약물을 체내의 환부에만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1970년대 중반부터 제안됐지만,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해 아이디어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분자 합성 기술이 급격히 진보해 고분자를 사용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해졌고,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6년에 개발한 나노 머신 조영제는 MRI의 조영제로 사용되는 망간 이온을 탑재하고 있어, pH(수소 이온 지수)의 변화에 따라 망간 이온을 방출합니다. 암은 정상조직보다 포도당 대사가 활발해 pH가 낮습니다. 나노 머신 조영제를 투여하면 몇 mm에 불과한 미소 암을 MRI에서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을 마우스를 사용한 실험에서 알아냈습니다. 또한 암세포는 글루타민 대사도 활발한데, 2017년에는 이를 이용해 글루타민 구조를 곁사슬에 가지는 고분자를 개발했습니다. 이 고분자는 암세포에 대한 친화성이 좋아 항암제를 싸는 캡슐로 쓸 수 있습니다. 도전적인 분야라 실패하기 쉽지만, 그때마다 은사인 카타오카 카즈노리 박사의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들과 공동연구를 해본 적이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포스텍 김원종 교수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있고, 연구실에는 많은 한국인 연구원도 있었습니다. 또 제가 미국의 유타대에 있었을 때 두 번째 연구실은 한국인 연구진이 많은 한국인 교수님의 연구실에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연구실을 세운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한국 연구진들과의 협업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는 어떤가요? 
제 연구실의 경우, 세 명의 조교수와 그들이 담당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고민이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 직원들이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마다 연구실 모임에서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연구실에 지금 20명의 학사과정 졸업생이 있는데, 저는 매주 토요일에 3~4명의 학생과 토의를 하며 각 학생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있습니다.

영어 교재를 쓰나요? 일본어 교재를 쓰나요?
학사과정 학생들은 일본어 교재로, 대학원 과정 학생들은 영어 교재로 공부합니다. 학사과정의 경우 만약 수업에 외국인 학생이 있으면 영어로 특별한 수업을 하지만 학사과정의 대부분 학생이 일본어로 입학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보통 일본어로 강의를 제공합니다. 대학원생의 경우 외국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95% 이상의 강의를 영어로 제공합니다.

학생들의 진로는 보통 어떤가요? 
대부분의 학생은 석사과정에 진학하지만, 석사 수료 후 대부분 산업계 쪽으로 진출하고 박사과정까지는 잘 가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의 경우는 대부분 박사과정을 밟습니다. 일본 사회, 기업이 박사를 그다지 공신하지 않아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종신고용을 원합니다. 제약회사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학회사는 근로자들을 회사에서 직접 교육하길 원하기 때문에 박사 학위 소지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기초과학보다 응용과학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도 한국과 똑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일본 정부는 경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기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초과학에도 투자하지만, 회사에 투자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승인을 받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현재 큰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대학과 회사의 협업으로 이뤄집니다.
기초과학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는 국가로부터 더 신뢰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비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와 협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초과학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돈을 사용해서라도 우리는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있긴 하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면 아마도 10년 후에는 노벨상 수상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포항공대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앞서 말했듯이 저에게는 포스텍 김원종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포스텍에 방문해 연구와 함께 학생 간의 인적 교류도 하고 싶습니다. 포스텍과 좋은 교류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도쿄공대 박사과정 김재준 동문 인터뷰

▲도쿄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재준 동문
▲도쿄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재준 동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포항공대 첨단재료과학부 석사과정을 2013년에 시작해 졸업 후 2016~2018년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으로 2016년부터 도쿄공대 화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쿄공대 유학을 생각한 계기는?
저는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과는 달리 석사 지도교수님의 이직으로 우연히 도쿄공대 유학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물론, 유학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했지만 당시에는 많은 부분이 고민됐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 언어 문제,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수성 등이 결정을 쉽지 않게 만들었지만, 결국에 지도교수님의 많은 지원과 해외 생활을 통한 경험이라는 매력에 이끌려서 유학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연구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외에도 해외에서 생활해볼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도전적인 마음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돌이켜 보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쿄공대 유학 준비는 어떻게?
지도교수님의 이직으로 유학을 결정했지만, 입학 과정은 일반 학생들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습니다. 먼저, 석사과정 때의 연구를 잘 정리해 학위 논문과 함께 포트폴리오 형태로 제출했으며, 기본적인 전공에 관한 필기시험, 자세한 연구와 관련된 면접을 차례로 봤고, 문부과학성 장학생 선발과 관련된 면접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시험에서 느껴졌던 인상은 ‘기초’에 대한 평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시험에서 응용보다는 기초과학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여러 예리한 질문을 통해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면접 이후에는 기본적인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간단한 일본어와 전반적인 생활, 문화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는 일본은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커서 일본어를 못하면 유학 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이 점을 염두에 둬서 일본에 오기 전에 짧게 일본어 공부를 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도쿄공대의 경우에는 아시아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유럽, 미주 등에서 온 학생들이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학교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영어 강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서, 결론적으로는 불편함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물가, 특히 교통과 거주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서 장학금이 없는 유학생들에겐 다소 부담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또한 일본의 보수적인 사회구조로 집을 구하는 데도 보증인과 보증회사가 필요한 점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지도교수님과 일본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대학 생활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능동적이고, 일본의 대학생들은 다소 수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자치기구가 대학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생 개개인도 능동적으로 공부하지만, 일본은 동아리 활동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틀 안에서 학위 과정을 밟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대학원생도 한국에서는 ‘준사회인’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곳에서는 학부생과 같은 ‘학생’이라는 인식이 강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대학원생은 한국과는 달리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으로서 인건비를 받지 않고,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하며 생활합니다. 따라서 연구원으로서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도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정해진 규칙과 시스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느리지만 깊고, 체계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 후 계획은?
많은 유학생이 다양한 꿈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저는 한국에 돌아가서 기업에서 일하기로 돼 있습니다. 많은 선배는 본인의 꿈에 따라 한국의 학계, 국책연구소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본에 남아 일본 기업체 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또한 다른 국가로 박사후 연수 또는 취업을 하며 해외 생활을 이어나가는 선배 또는 그런 꿈을 꾸는 후배들도 봤습니다. 유학을 온 많은 학생이 각자 다른 목적과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에 따라 졸업 후에 하는 일도 다양하게 나뉘는 것 같습니다. 

생활과 학업을 함께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처음 일본에 도착해서 집을 구하고, 행정을 포함한 유학생으로서 주어지는 많은 의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할 좋은 기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 문서를 선호하는 등 일본의 아날로그 사회에 적응하는 데 불편함도 컸지만, 책임감을 키우고, 증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구조에서 빠름과 융통성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