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목표는 ‘대학’이다
한국 교육의 목표는 ‘대학’이다
  • 정혜일 / 무은재 18
  • 승인 2019.02.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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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SKY 캐슬’을 다들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20%가 넘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환상을 만족시켜 주거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로잡을 것. SKY 캐슬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드라마이다. 우선 최상위 계층을 주연으로 삼아 시청자들의 환상을 자극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겪었고, 힘들어했던 입시를 소재로 삼아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한국 교육의 파행을 정확하게 꼬집는다. 주연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 소위 ‘학종’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힘쓴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목표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본인에게 맞는 전형까지 결정했다. 한편으론 멋지지만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국 교육의 잘못된 목표가 1화에서부터 드러난다.
‘영재 오빠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황금 로드맵이 생기는 거잖아. 엄마!’
‘그렇지. 목표에 골인할 수 있는 필살 전략이 생기는 거지.’
필자는 이 대목을 보면서 크게 분노했다. 교육의 본질을 철저히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포트폴리오’라는 용어를 짚어 봐야 한다. 학종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잣대인 학생부와 포트폴리오는 엄연히 다르다. 학생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준말로 말 그대로 학생의 학교생활을 기록한 서류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되짚어보면서 이 학생이 무슨 길을 걸어왔고, 무슨 생각을 했고, 뭘 느꼈는지 알아보고 싶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는 취업, 외주를 구하기 위해서 본인이 쌓아온 이력과 능력들을 정리한 서류다. 즉,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회사는 돈을 주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을 당연히 뽑고 싶다. 그러므로 철저히 그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받는 것이고 스펙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다. 학생의 생각과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또한, 대학은 하나의 커뮤니티로, 학생들을 그 일원으로 받아들여도 좋을지 평가하기 위해서 학생부를 보는 것이다.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만약 한 학생이 본인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게 살아왔음에도 한 대학에 떨어졌다면, 그것은 그 학생이 대학과 성격이 맞지 않거나 대학이 학생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한 것이다. 그뿐이다. 대학은 인생의 필수 코스처럼, 들어가지 못하면 친척들로부터 차가운 눈초리를 받고 죄를 짓는 곳이 아니다.
‘전략’이란 말도 그렇다. 세상에 존재하는 학생은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같은 목표와 진로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 마련이다. 대학은 학종에서 학생들의 각기 다른 길들을 보고 싶을 뿐이다. 각자 흥미가 가는 책을 읽고 재미를 느끼는 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이것저것 느낀 것들을 대학에 평가를 맡기는 형태가 돼야 하는데, 대학을 그 자체로 목표로 삼으면서 본말이 전도됐다.
만약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목표가 대학이 아니라 본인의 행복이라면 어떨까? 다른 사람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더 행복한지 되돌아볼 것이고, 더 구미가 당기는 활동을 하고 과목을 공부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지도 고민하게 될 것이고, 대학은 그에 따른 부수적인 정류장이 될 것이다. 만약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들은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이 즐거운 일을 배우면서 또래보다 빠르게 취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면, 많은 사람이 교육의 목표는 대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잘못은 기성세대가 했다. 대학의 서열화를 막지 못했고, 아이들의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을 응원해줘야 하는데, 각자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가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사회의 시선을 아이들에게 강요했다. 꿈을 주입했다. 그래서 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한국의 혼란스러운 입시를 뚫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면서 대학만을 바라보게 하는 이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도 경험했고,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대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직위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경험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20살이 됐다. 어느새 우리는 30살이 될 테고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그랬을 때, 이 처참한 입시 비극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문제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환경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