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습득 능력과 AI의 딥러닝: And Then What?
인간의 언어습득 능력과 AI의 딥러닝: And Then What?
  • 권수옥 / 인문 교수
  • 승인 2019.02.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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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달은 이제 인간이 바둑으로 기계를 이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딥러닝을 통한 기계의 학습능력이 인간의 가장 복잡한 두뇌활동 중 하나인 바둑을 둘 때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AI는 인간과 토론할 수 있을까? 토론한다는 말은 AI도 인간처럼 최소한의 input 노출에 의해 무한대의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을 습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언어학에서의 competence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 인간만이 생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언어습득 능력’을 의미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질문에 대해 언어학자들은 그들이 어떤 언어습득 이론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다른 답을 도출할 것이다.
먼저, 사용기반학습(Usage-based Learning) 모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AI가 인간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AI 연구자들은 이 이론에 기반해서 시스템을 만든다. 반면, 언어가 인간의 생득적 능력인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에 기반한다고 믿는 촘스키(Noam Chomsky) 학파의 사람들은 AI는 절대로 인간 언어를 습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보편문법은 인간만이 가지고 태어나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언어능력이라는 것이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언어학자들이 할 일이므로 그들에게 남겨두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만약 AI가 인간 수준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는 외국어를 학습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외국어는 모국어 습득 후에 배우게 되는 제2 혹은 제3언어이다. 모국어 습득은 정상적인 두뇌활동을 하는 인간이라면 예외 없이 ‘학습을 하지 않고’ 완전하게 숙달할 수 있다. 즉, 모든 인간은 자신이 첫 5년을 보낸 언어커뮤니티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한국어의 언어 직관(Language Instinct)을 갖게 되고,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영어의 언어 직관을 갖게 된다. 이것이 촘스키가 말하는 보편문법의 기능이다. 모든 인간은 생득적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기반 학습 모델이건, 보편문법 모델이건 이들 언어습득 이론은 외국어인 제2언어, 제2언어습득에 대해서는 어떤 주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사용기반 학습 모델에 따라 유추해 본다면 언어는 생득적 능력에 의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인식과 일반화에 의해 배워지므로 인간은 제2언어도 모국어 수준으로 습득이 가능할 것이다. 반면, 보편문법 모델에 따르면 그렇지 못할 것이다. 즉, 모국어의 언어능력을 가진 인간이 제2언어의 언어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나이, 언어 적성, 동기(Motivation)와 같은 외적 요건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보편문법이 더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언어습득 기제인 보편문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AI에게 예를 들어, 한국어를 학습시킨 뒤, 영어를 학습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AI도 인간처럼 습득 순서에 따라 제1언어(모국어)와 제2언어(외국어)로 인식하고 제2언어 학습이 더 어려울까? 또한 AI도 인간처럼 모국어전이를 일으킬까? 모국어 전이(Transfer)는 외국어를 구사할 때, 모국어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Elmo apples eat’은 영어 문장을 한국어 어순으로 말한 것이다. 한국어 ‘수업을 듣다’에 영향을 받아 ‘Take a lesson’을 ‘Listen to a class’라고 하는 것도 모국어전이의 예이다. 만약 AI가 제1언어와 제2언어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능력(Competence)을 가진다면, 모국어전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AI는 수많은 언어를 동시에 같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 중의 하나인 언어를 정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관건은 앞으로 AI가 딥러닝을 통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가질 수 있느냐일 것이다. 지금까지 구현된 구글 번역기의 수준만 보더라도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신이 되는 단계인 호모 데우스를 우려했지만, 바야흐로 AI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큰 특장점 중의 하나인 언어를 정복하는 날 현 인류는 새로운 진화의 국면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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