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불신,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
사법 불신,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9.02.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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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크게 관심을 가졌던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증거가 발견됐는지나 어떤 증언들이 있었는지는 알아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그래왔듯, 그냥 그렇구나 하고 딱히 의구심을 품지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시민의 이름으로, 이번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 판결을 ‘매우 심각한 사법 쿠데타’라 명명하며 시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청원의 참여 인원은 20만 명을 돌파해 청와대 청원 답변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재판에 대한 논란은 국회로도 번졌다. 여당이 판결 불복에 대한 입장을 선언했고, 야당은 헌법 불복이라 지적하며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여당은 이에 탄핵 세력의 대선 불복이라며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쳤다. 설 명절이 지나고도 화두에 오른 갈등 국면은 쉽게 꺼지지 않을 듯 보인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이제는 행정부에 대한 정책적 지적이나 건의만 하는 범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교류하고 피력하는 곳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런 글이 왜 국민청원에 올라오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청원 참여 인원이 이틀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는 광경을 목격하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사법부는 법치주의에 입각해 법을 집행하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죄인을 처벌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법부는 당연히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이 막강한 권력 즉, 사법권의 행사는 당연히 국민들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국민들이 법을 집행하면서 그들이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확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한 번도 사법부의 판결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무죄판결을 받으면 증거가 부족했던 탓이라 생각했고, 사법부가 내리는 형량의 기준은 거의 항상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판결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나고, 어떤 판결에 대해서는 담당 판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것을 볼 때마다, 이 믿음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법부가 정당한 판결을 내렸는데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법부가 애초부터 정당하지 못한 판결을 내려 국민들이 이를 지적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이런 불신이 누적되고 누적되다 보면 사법권은 그 힘을 잃게 되고, 이 사회의 질서가 무너질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판결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모두 판결문을 완독해보는 것도 아니고, 판결문을 완독한 사람만이 판결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법부가 일반인이 읽기 힘든 몇만 자에 달하는 판결문 하나 만들어서 공개했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판결에 근거와 내용을 다른 방법으로 쉽고 간결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최소한 이 정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민들이 국민청원에서 판사들의 사퇴를 명령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