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 그리고 학생 인권
좋은 수업, 그리고 학생 인권
  • 이신범 기자
  • 승인 2018.12.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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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에서 지난달 진행한 좋은 수업 공모전
교육위에서 지난달 진행한 좋은 수업 공모전

 

학점을 잘 주는 수업,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 팀 프로젝트를 중요시하는 수업, 혹은 강의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업. 이 중에서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좋은 수업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대학 학생들이라면,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갈림길 속에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지금 무엇을 해야 좋은 성적을 얻을까?’, ‘이번에는 무슨 강의 듣지?’, ‘어느 교수님 강의를 들을까?’, ‘대학원을 갈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임없이 반추하는 이 사고 과정 속에서, 정작 ‘좋은 수업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대학 학생 사회에서 ‘좋은 수업’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에서 시작된 ‘좋은 수업 프로젝트’ △학생ㆍ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이하 모담)에서 진행한 ‘모두담아 토크쇼’ △총학생회 차원에서 내세운 ‘강의평가 인권 항목 도입’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좋은 수업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작한 활동들이다. 교육위는 ‘본교의 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 제공자와 교육 수혜자 모두의 관점에서 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라는 설립 목적에 걸맞게, 지난달부터 ‘좋은 수업 수기 공모전’에 이어 ‘좋은 수업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일명 ‘좋은 수업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학생들은 △어떤 형태의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하는지 △강의 준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강의를 진행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었다.
지난 달 21일 모담이 진행한 ‘모두담아 토크쇼’에서는 학생과 교수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의평가 인권 항목 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총 5명의 패널과 참관인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들의 일관된 목소리는 “강의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강의평가와 학생 인권 보호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리대학 강의평가는 철저히 익명으로 진행되고, 결과는 모든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즉, 학생들은 강의평가에 참여함으로써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교수이지만, 학생들에게 성적을 부여하는 주체도 교수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교수에게 수업에 대한 불만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업 진행 도중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SNS를 통해 고발되고 있으며,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강의평가에 인권 항목을 추가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대학의 강의평가는 학사관리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우리대학에서 현재 강의평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냐고 묻자, 학사관리팀 최효빈 씨는 “학생들이 평가한 강의평가 점수 데이터를 참고해 학과별로 보고서를 작성한 후, 모든 학과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각 학과는 공개된 강의평가 순위를 참고해, 내부에서 수업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강의평가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에 과목별로 혹은 교수별로 점수가 집계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강의평가에 인권 항목이 추가되면 특정 과목이나 교수별로 데이터를 집계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최효빈 씨는 “강의평가에 인권 항목이 도입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현재 학교 측과 관련 학생 기관과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학교에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수정사항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효빈 씨는 우리대학 강의평가에 인권 항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학생 사회에서 인권, 그리고 수업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학교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수단이 꼭 강의평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니, 조금 더 포괄적인 방안에 대한 생각을 다 같이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좋은 수업’, 그리고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높아진 데 반해 실질적인 정책 마련은 준비되지 않고 있다. 수업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학생과 학교 간의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져서 우리대학 내부에서 좋은 수업을 찾아가는 시도가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