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역사를 통해 본 포스텍의 전략
대학의 역사를 통해 본 포스텍의 전략
  • .
  • 승인 2018.05.30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세 시대에 유럽에서 대학(Universitas)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대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발전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볼 때 대학은 사회와 학문의 변동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중세의 대학이 갈릴레오와 뉴턴 등의 새로운 과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었던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은 새로운 과학을 받아들여 19세기 이후에는 근대 과학의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대학은 본래 중세 성당의 학교에서 유래됐다. 애초에 학생들이 10명 내외였던 작은 학교들은 1200년경에 이르게 되면 학생 수와 규모가 성장해서 수백 명의 학생을 갖춘 학교가 됐다. 학교들이 난립함에 따라 교황은 그 가운데 몇 개를 공식화해 줬고, 법적 보호를 받는 대학이 탄생했다. 교황이 공인한 대학은 교회와 영주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합법적이고 독립적인 특권 기관이었다.

중세 대학은 수공업자 길드를 본뜬 교수와 학생의 공동체였다. 최초의 대학이었던 볼로냐 대학에서는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었다. 학생들은 강의실과 도서관, 기숙사를 짓고 교수를 고용해 대학을 운영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운영하는 대학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곧 사라졌다.

중세 대학에는 신학, 법학, 의학 등 3개의 전공학부가 있었다. 철학부는 오늘날의 교양학부와 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철학부가 대학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세기 초 독일의 교육 개혁을 통해서였다. 프로이센이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독일에서는 독일의 후진성에 대한 반성이 나타났고 대학 교육 개혁이 추진됐다. 당시 대학 개혁의 중심인물이었던 빌헬름 폰 훔볼트는 대학의 의무는 구태의연한 교육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는 연구라고 주장했다. 이런 개혁 분위기 속에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훔볼트 대학이 등장하게 됐다. 반실용주의를 표방했던 훔볼트 대학에는 공과대학이나 상과대학과 같은 실용적인 학문 분야의 학과는 없었다. 훔볼트의 노력으로 중세 대학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던 독일 대학 내에서는 신학, 법학, 의학보다 교양학부였던 철학부가 더욱 강화됐다. 오늘날 우리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이학 분야에 철학박사(PhD) 학위를 수여하게 된 것은 바로 훔볼트 대학의 전통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 혁명을 전후해 프랑스에서는 기술 장교와 엔지니어들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 공과대학인 에콜 폴리테크니크가 1784년 설립됐다. 이 대학은 곧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를 모방해 수많은 공과대학이 세워졌다. 독일에서는 훔볼트 대학과는 다른 형태의 학교인 고등공업학교가 설립됐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이 학교는 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공과대학으로 발전했다.

독일의 연구중심대학 전통과 프랑스의 공과대학 전통은 오늘날 교육과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미국으로 이어졌다. 1861년 미국 사회가 새로운 공업사회로 진입하면서 MIT가 설립됐고, 1876년에는 독일의 지성주의 전통을 모방해 미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인 존스홉킨스대가 설립됐다. 1920년대를 통해 소수 정예를 표방한 칼텍은 짧은 시간 내에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성공하며 우수한 공과대학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이들 선두 대학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대학에서는 순수 기초연구뿐만이 아니라 돈이 되는 연구를 강조하는 상업화가 촉진됐다.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학의 모습은 훔볼트 시대에 등장한 순수 학문 중심의 연구중심대학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대학이 학문적인 가치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가치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중세에 대학이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로 신학, 법학, 의학 중심의 중세대학, 반실용주의적인 훔볼트 유형의 독일 대학, 기술 장교 및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한 프랑스 공과대학, 군비 경쟁을 통해 발전한 미국의 연구중심대학, 최근에 나타난 상업주의적인 미국 대학 등 수많은 유형의 대학들이 등장했다. 현재 가치창출대학을 내걸고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있는 포스텍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대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포스텍의 미래 전략에 대해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