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대화의 기술
  • 김수영 / 인문 교수
  • 승인 2018.05.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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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갑질 사건’ 등으로 인해서 관심을 받는 주제 중 하나가 “어떻게 소통을 잘 할 것인가?”이다. 소통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이며, 소통에는 여러 가지 원리나 방법들이 있지만, 특히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 살펴보자.

인디언 부족이 대화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했다. 소위 ‘돌아가며 말하기’라는 대화방식인데, 독수리 깃털 같은 신성한 물건을 원을 이루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에게 전달한다. 이 물건을 가진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은 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이 물건은 원을 따라 돌아가는데, 각 참석자는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말하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차례가 된 사람은 먼저 감사를 표하고, 그런 다음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고상한 대화의 장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자기 생각을 남들에게 주장하기 바쁘고, 나를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고, 상대방에게 인신공격과 막말까지도 하곤 한다. 따라서 ‘대화의 다섯 가지 원칙’을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화 원칙 1번: 말 자르지 않기

상대방이 말을 하는 중에도 습관적으로 “그런데~”, “아니~” 하고 중간에 끼어들어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말이 중간에 잘린 사람은 결코 좋은 기분일 수가 없다. 한 커뮤니케이션 선호 행동 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방의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만 계속하는 사람’(다변인)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끝까지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경청인)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을 위한 원칙의 하나로 ‘7:3의 원리’가 있는데, 이것은 “70%를 듣고, 30%를 말한다”이다. 우리에게 귀는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변인 대신 경청인이 되자.

대화 원칙 2번: 관심 유지하기

대화를 잘 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대화 중 ‘딴짓하는 사람’(딴짓인)이 조사 결과 싫어하는 사람 5위라고 한다. 소통 기술에서는 소위 ‘대화의 열쇠’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그것은 “오 그래?”, “그래서?”, “그거 좋은데?”, “한번 들어 보자”와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격려의 말들이다. 한 마디로 ‘격려해 주는 사람’(격려인)이 되라는 것이다. 딴짓인 대신 격려인이 되자.

대화 원칙 3번: 평가, 조언, 충고 미루기

남의 말을 듣는 대신에 먼저 자신의 경험이나 동기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평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듣는 대신에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평판인)이 되는 것이다. 대화할 때는 먼저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 의견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서둘러 미리 평가해놓고는 뭐라고 반박할지를 찾으니 대화가 어려운 것이다. ‘건설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건피인)이 소통 베스트 5위로 나타났다. 평판인보다 건피인이 되자.

대화 원칙 4번: 핵심 파악하기

대화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더불어서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핵심을 제대로 파악한다. 연애의 기술도 바로 이 능력에서 얻어진다. 상대방이 “뭐 해?”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단지 내가 지금 뭘 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진짜 의미는 “나 지금 심심하니까 재밌게 해줘”라는 것이다. 무조건 “너의 이런저런 생각은…”라고 나의 단정을 먼저 내리는 사람(단정인)보다는 나의 이해를 적절하게 상대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사람(동의인)이 더 선호된다. 단정인 대신 동의인이 되자.

대화 원칙 5번: 표현하기

대화의 장에서는 “침묵은 금이다”가 별로 좋은 가이드가 아니다. 적절한 대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반응과 표현이 필요하다. 눈을 마주 보거나, 말로 반응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여 상대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또한, 주제가 바뀔 때마다 표정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선호도 조사에서 베스트 2위가 ‘호응을 잘 해주는 사람’(호응인)인 것은 매우 공감이 간다. 대신에 ‘묵묵부답인 사람’(묵부인)은 비호감 순위가 높을 것이다. 호응인이 묵부인 보다 인기인이다.
갈수록 각박하고 치열하고 매너가 실종돼가는 소통의 사막화 속에서 포스테키안과 그 주변 사람들만이라도 재미있고 화목하고 매너가 있는 대화의 숲과 정원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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