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회에서의 ‘리더 포비아’
대학 사회에서의 ‘리더 포비아’
  • 김희진 기자
  • 승인 2018.05.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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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나 단체 따위에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우리는 지도자 혹은 ‘리더’라고 부른다. 대학 생활 내에서도 조별 과제에서부터 동아리 활동, 학과 활동, 학교 차원의 활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단체에는 구성원을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대학 사회에서는 책임과 희생을 떠안는 리더 자리를 꺼리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대학의 학부 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 선거가 있던 작년 말, 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 34개 중 약 26.5%에 해당하는 9개 대학의 총학 선거가 무산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대와 서울여대의 경우, 총학 선거뿐 아니라 해당 선거의 보궐선거 모두에서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았고, 가톨릭대는 총학뿐 아니라 단과대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입후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연세대 학보사인 ‘연세춘추’ 역시 지난 3월 12일 발행된 제1806호 1면에서 ‘봄은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총학의 부재를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총학 보궐선거가 무산돼 2년 연속 비대위 체제가 지속됐다. 이로 인해 연세대 학생들은 총학의 부재로 인해 학생 사회의 위기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역시 수도권의 다른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Better Together’가 현재 32대 총학으로 있지만, 현 총학이 당선되기 전, 후보 사퇴로 작년 총학 선거가 치러지지 못했다. 이후 재선거를 시행했지만,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31대 총학생회의 임기 종료 후 올해 1월 1일부터 비대위 체제로 ‘Better Together’가 당선되기 전까지 운영해왔다. 학과학생회장(이하 학회장) 선거 역시 △기계공학과 △생명과학과 △산업경영공학과의 학회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거나, 올해 재선거를 해 학회장을 선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학생들의 리더 포비아 현상의 원인을 사회 체계가 공정해지면서 리더의 책임은 그대로지만 권한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대 사회의 리더십이 수평적 리더십으로 변하면서 리더의 권한은 약해졌지만, 구성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부담을 느껴 학생들이 리더 자리를 피한다는 것이다. 실제 총학의 임기는 보통 1년으로 구성원들의 요구를 다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또한, 많은 학생은 ‘수평적 리더십’을 외치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여전히 직접 참여하는 것은 꺼리고 있기 때문에 리더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20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존 맥스웰은 저서 ‘리더의 조건’에서 21가지의 리더의 조건 중 하나로 ‘헌신’을 꼽는다. 책에 따르면, 리더는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노동시간’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동료를 위한 개인적인 ‘희생’을 포함해 단체를 위해 헌신을 다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에게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리더를 향한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리더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수평적 리더십이란 구성원들 역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무은재새내기학생회장단 선거는 리더 포비아로 우울함에 빠진 학생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리더가 되기 위한 두 후보의 경선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무은재새내기학부를 위해 헌신할 각오를 다진 2명의 당선자에 대해 구성원들은 격려와 존중의 자세를 갖고, 수평적 리더십에 맞는 참여하는 학생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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