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
'키덜트',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들
  • 김희진 기자
  • 승인 2018.04.18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가수 김건모(출처: SBS)
▲드론을 조종하는 가수 김건모(출처: SBS)

‘키덜트’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키덜트’란 어린이를 의미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쓰인 이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다만, 그 당시와 달라진 점이 한 가지 있다면 과거에는 키덜트를 향한 ‘나잇값 못하는 어른’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키덜트 문화가 대중들과 가까워지면서 이를 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가수 김건모는 드론과 RC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며 키덜트의 면모를 보여줬고, 배우 심형탁은 도라에몽 피규어를 모으며 자신이 키덜트임을 방송을 통해 알렸다. 최근 안경 선배로 우리에게 알려진 국가대표 여자 컬링팀 스킵 김은정 선수의 취미가 프라모델 만들기와 피규어 수집으로 알려지면서 키덜트 문화의 인기를 한 번 더 입증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자신을 키덜트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키덜트 문화는 현재 우리와 부쩍 가까워졌다. 키덜트 시장은 점점 커져 2013년도에 5,000억 원대, 2016년도에 7,000억 원대를 넘어서 현재는 1조 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완구 매출을 보면 아이들 장난감 매출은 줄었지만, 프라모델, 피규어, 드론과 같은 키덜트 장난감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포항공대신문에서는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표적인 장난감과 기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갈 준비가 됐는가? 그럼 출발해보자! 

 

레고 블록

▲레고 제품(출처: 레고 코리아)
▲레고 제품(출처: 레고 코리아)

레고 블록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레고 제품을 구매하는 성인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실제 레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가보면 부모와 아이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느 제품을 살지 고민하는 성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키덜트 문화 안에서도 레고는 마니아층이 꽤 두터운데, 레고 조립을 즐기는 성인들은 레고는 단순한 블록 조립이 아니라고 입 모아 말한다. 레고는 매뉴얼을 보고 만드는 완성품도 재미있지만, 창의력을 발휘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동차 같은 완성품에 건전지를 끼워 모터로 조종하거나 레고로 만든 성의 문을 직접 여닫을 때 본인만의 창작물을 만들었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레고가 키덜트족에게 큰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스타워즈, 디즈니, 마블 슈퍼히어로 등 키덜트족이 사랑하는 다양한 작품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 건축물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블록으로 만든 피규어까지, 완성도 높은 레고 제품들이 키덜트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습(출처: Nintendo)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습(출처: Nintendo)

작년 연말, 기자가 닌텐도 스위치를 사러 용산 전자상가에 가봤을 때, 형형색색의 스위치를 사 가는 성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매장에서는 닌텐도 스위치를, 옆 매장에서는 게임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며 스위치의 인기를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스위치는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1일 국내 정식 출시 후 불과 3일 만에 5만 5,000대를 판매하는 엄청난 인기를 보였다. 어린 시절 우리가 가지고 놀았던 두 개 화면의 기존 휴대용 닌텐도에서 벗어난 스위치는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합쳐놓은 혼합형 게임기라는 새로운 분류와 함께 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래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마리오’ 시리즈를 잇는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게임팩이 발매되며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평론가들에게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젤다 시리즈’는 2017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으로 선정되며 키덜트족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현재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스위치용으로 출시 될 것으로 알려져 닌텐도 스위치는 조이컨으로 게임을 즐겼던 키덜트족이 꼭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됐다. 

 

프라모델

▲건담 프라모델(출처: DENGEKI HOBBY WEB)

키덜트족의 주 세력인 30~40대의 남자 성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1970~8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 주인공 ‘건담’이나 ‘마징가Z’, ‘태권V’ 같은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모델(Plastic Model)의 일본식 줄임 말인 프라모델은 조립식 모형 장난감으로, 건담과 같은 캐릭터 로봇 프라모델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키덜트 문화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건담 프라모델을 살 수 있는 건담베이스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적으로 분포돼있다. 기자는 그 중 건담베이스 강남점을 방문해봤다. 들어가 보니 매장에는 신중한 표정으로 프라모델을 고르고 있는 성인들로 북적거렸고, 이를 조립할 수 있는 테이블에는 삼삼오오 대학생들부터 커플 등 다양한 나잇대의 성인들이 조립에 열성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덜트족이 프라모델에 빠지는 이유는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를 직접 조립하고 전시할 수 있는 나만의 전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 프라모델 조립은 부품을 하나하나 떼서 뼈대를 만들고 그 후 추가 조립을 통해 완성형 모델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꽤 귀찮은 작업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손가락 한 마디, 관절 하나마다 움직이는 높은 기동성을 가진 완성된 건담 로봇을 본다면 누구라도 프라모델 조립에 푹 빠질 수 있다. 프라모델의 정교함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일차적인 조립을 끝낸 후 여러 색의 도료를 사용해 추가로 색을 칠하는 도색과정까지 진행하기도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도색하느냐에 따라 로봇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별한 로봇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건담 프라모델은 정교함과 크기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는데, 등급별·시리즈별 상품마다 건담 로봇의 기동성과 특징이 달라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키덜트족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RC 제품들

▲RC 제품 중 한 종류인 드론(출처: 비주얼다이브)
▲RC 제품 중 한 종류인 드론(출처: 비주얼다이브)

작년 상반기 키덜트 제품군에서 다른 제품들을 누르고 드론이 1위를 차지했다. 드론은 전파나 적외선을 이용해 원격조정이 가능한 RC(Radio Control) 제품군 중 하나로 최근 RC카, 드론 등의 RC 제품들이 키덜트족의 인기를 독점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전문가용 드론이 아닌 저렴한 입문용 드론이 많이 출시되고, 조종법이 쉽고 조종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매력에 빠져 많은 키덜트족이 드론 세계에 입문하고 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는 가격대가 비싼 RC 제품들을 무료로 성인들에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어린 시절 RC카와 함께 거침없이 질주했던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키덜트 시장이 커짐에 따라 RC 제품들의 인기가 점점 더 퍼질 것으로 예상한다.

 

키덜트, 그들만의 문화를 넘어...
기사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마블 슈퍼히어로, 스타워즈, 디즈니, 만화 원피스 등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조그맣게 축소한 피규어를 모으거나 중심을 잡고 가볍게 돌려주면 빠르게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를 사는 등 키덜트 문화의 확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키덜트 문화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주요 트렌드로 우뚝 섰다. 유통업계는 키덜트를 겨냥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러 백화점에서는 키덜트 전용공간인 ‘키덜트 존’을 운영하고 있으며, 피규어, 완구 등을 파는 전문매장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전제품 업계에서도 키덜트족을 위한 청소기, 냉장고 등 캐릭터 가전기기가 잇따라 출시되고, 패션 업계에서도 모자. 의류 등 캐릭터 협업 제품이 구매자들에게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때는 철없다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으로 움츠러들었던 키덜트족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주요 소비 집단이 됐다. 취미를 즐기는 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레고 조립을 좋아하고, 피규어 수집을 좋아한다면 그냥 맘껏 좋아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 취미에 나이의 제한이 있을 필요는 없다. 주변 시선 의식 없이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들과 함께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