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호 ‘포항공대신문, 총장실 문을 두드리다’를 읽고
제395호 ‘포항공대신문, 총장실 문을 두드리다’를 읽고
  • 허태양 / 생명 16
  • 승인 2018.04.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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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 대한 인류의 욕구는 세월을 불문하고 존재해왔다. 기원전 3세기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었으며, 중세 시대에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스투디움 게네랄레(Studium Generale)’를 설립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러 학문 분야를 가르치는 ‘대학(大學)’이 등장하였으며, 이는 현대까지도 명실상부한 고등교육기관이다. 우리대학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 지난 30년간 최고의 고등교육과 연구실적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우리대학이 최근 SES, 산학일체교수 등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창출 대학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왕조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이처럼 학문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자본이 필요하다. 현대 과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건설에는 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2017년 우리대학의 예산은 2,4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안타깝게도, 자본이 없으면 학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우리대학은 포스코의 지지 덕에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고 뛰어난 교수님들을 모셔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다만, 외부 자본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존폐를 다른 이의 손에 맡기는 것과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치창출 대학으로의 변화는 우리대학의 홀로서기라고 생각한다. 자본을 통해 학문을 발전시키고, 그 학문으로 자본을 만든다. 이만큼 뛰어난 선순환이 어디 있겠는가? 이는 우리대학이 외부적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존보다 능동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교육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 산학일체 교수는 우리가 배우는 학문이 어떻게 사용되고 사회에 환원되는지를, 경험을 기반으로 가르칠 수 있다. 또한, SES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머릿속의 지식을 실제로 사용함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돌아가는지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배워가는 학생의 관점에서, 인생의 가치관을 설립하고 학업의 목표를 세우는 데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가치창출 대학으로의 변화가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가장 두려운 것은, 과학이 단순한 자본 창출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자본은 분명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자본 창출이 어려운 학문이 가치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은 본디 인간의 알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었기에, 그것이 비록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지식 그 자체로서 의의가 있다. 순수한 학문과 가치 창출. 이들은 마치 종이의 양면과도 같아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자칫 한쪽 면만 보이기 십상이다. 양쪽 면을 모두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할 일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실패를 안겨줄 테니,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통해 변화와 발전 속에서 적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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