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총장 인터뷰]포항공대신문, 총장실 문을 두드리다
[김도연 총장 인터뷰]포항공대신문, 총장실 문을 두드리다
  • 이승호, 정유진 기자
  • 승인 2018.03.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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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항공대신문은 1호 인터뷰이로 김도연 총장을 만났다. 어느새 취임 3년 차를 바라보는 그에게 SES 프로그램, 산학협력교수, 무학과 제도와 같이 교내 각종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또한, 개교 3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그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어느새 취임 3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의 소회가 어떠한가
우리대학은 30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자타가 공인할 만한 대학으로 성장한 자랑스러운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에서 우수한 교수 및 학생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다. 특히, 설립 30주년을 맞아 전환점에 서 있는 우리대학이 앞으로 걸어갈 길과 목표를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정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큰 키 때문에 조정을 시작하게 됐다. 조정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장신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조정은 서로 숨을 내쉬는 타이밍을 맞춰야 할 정도로 팀원들 간 고도의 단결과 협력이 요구된다. 이처럼 팀원들이 하나가 돼야 해 조정에는 팀의 에이스 혹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팀에서 가장 뒤처지는 선수의 속도에 모두가 맞춰 노를 저어야 배가 반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협력 정신을 우리대학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조정부를 신설했다.

 

가치창출대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다
30년 전 우리대학은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당시 대학들은 지식을 전달해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앞으로 연구, 즉 인재 가치 외에도 지식 가치를 추구하자는 취지에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것이었고, 우리대학은 지난 30년간 매우 잘 해왔다. 가치창출대학은 연구중심대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직접 사회·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대학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가치는 다시 대학의 교육·연구에 투자돼 대학도 같이 발전하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과대를 살펴보면 20년 동안 졸업생이 설립한 기업 수가 약 1,600개이며 그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10만개에 이른다. 우리대학도 규모는 작지만 스스로 기업을 설립하고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면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치창출대학에 무게를 두어 우리대학의 자본화가 우려되진 않는지
대학의 지나친 자본화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대학의 모든 사업에는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외국의 유수 대학들의 대학 발전기금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하버드대의 경우 약 40조 달러 규모의 대학 발전기금을 자랑한다. 우리대학은 약 1조가량의 규모로, 국내에서 상위권에 속하지만, 외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POSCO의 압도적인 지원으로 우리대학이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대학이 된다면 우리대학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SES 프로그램이 2년째 시행 중이다. 잘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80점 정도를 주고 싶다. 아직은 시행 2년 차라 평가하기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학생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The only source of knowledge is experience”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경험은 지식의 기초가 된다. 이러한 경험을 대학생 때 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어마어마한 밑천이 될 것이다. 또한, 요즘 교육에서 중요시되는 Socio -Emotional Skills와도 SES 프로그램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이러한 소양은 앞으로의 연구에 필수적이지만, 스스로 진행하는 연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법을 SES를 통해 연마해 소중한 경험을 얻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최초로 산학일체교수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현대 사회는 초연결 사회로 대학들도 스스로 개방해 사회와 교류를 증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효성, SK하이닉스 등 많은 기업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실제로 많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우리대학은 산학협력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대학으로도 평가되기도 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명확한 평가를 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우리대학이 산학협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학과 제도 도입 취지가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삶을 살 기회를 제공하고자 무학과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대학에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상대평가에 의한 등수로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입학 후 자신의 관심 분야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더 자유로운 선택과 기회를 주고자 무학과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우리대학 무학과 제도만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우리대학이 뒤늦게 무학과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의 KAIST 외에도 해외 유수 대학들이 이미 무학과 제도를 운용 중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대학만의 특별한 차별점은 없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법을 알려준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무학과 제도 시행으로 특정 학과 쏠림 현상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론 무학과 제도 시행으로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대학은 학생들에게 전공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현명한 전공선택을 위해 학과탐색, 학과입문 등의 교과목도 개설되어 있다. 실제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희망 학과를 조사해보니 아직은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생들이 사회적 분위기나 유행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 교내에 여러 성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성 문제에 대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대학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과 인권, 시민의식 교육에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련 문제 발생 시 법령과 학내 규칙에 따른 적절한 처벌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학생들 자신의 책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대학 내 RA(Residential Advisor)와 같이 선·후배 간의 올바른 계도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대학의 전반적인 세계대학평가 랭킹이 부진하다. 지난해 성균관대에 국내 톱3을 뺏기기도 했다(2018 THE 세계대학순위 기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계대학평가 랭킹이 중요한 지표인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QS 세계대학평가 랭킹은 작년 83위에서 올해 71위로 상승했다. 다만 중국 대학들의 약진으로 국내 대학들의 전반적인 순위가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 협력해 의미 있는 세계대학평가 랭킹을 낸다면 일류 대학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세대와 공유캠퍼스 도입 취지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각 대학이 가지는 영향력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다른 대학과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세대와 공감해 공유캠퍼스를 도입하게 됐다. 현재는 선언 정도에 그쳤지만 앞으로 두 대학이 활발히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앞서 말한 초연결 사회에서 대학의 개방된 자세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남아프리카 속담 ‘If you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와 같이 우리대학이 외부 사회에 대한 개방과 협력을 통해 더욱더 경쟁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보사의 가치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학생들을 집에서 사는 사람에 비유하면 학보사는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창문이 동쪽에 나 있다면 학생들은 해가 뜨는 것만 볼 것이고, 서쪽에 나 있다면 해가 지는 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학보사는 학생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균형 있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하자면
포항은 도전정신이 충만한 도시이다. 허허벌판에 제철소를 지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양성했고, 우리대학을 설립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로 우리대학은 개교 30주년을 맞아 수많은 도전을 해왔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초일류 대학에 한 걸음 다가가고, 그 길을 선도하며 제시하는 것이 우리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우리대학 교육 이념인 ‘지혜와 지식을 갖춘, 도전적인 포스테키안’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