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
느린 걸음
  • 정유진 기자
  • 승인 2018.03.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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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음식을 시켰을 때, 조금이라도 늦으면 종업원을 불러 왜 안 나오는지 묻고, 인터넷 로딩이 길면 왜 이렇게 느린지 짜증을 낸다. 이와 같은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생활화됐다. 새벽 늦게까지 과제를 하다가 잠이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반 수업을 여유 있게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9시 반 수업을 나갈 때, 친구들은 9시 20분에만 나가도 충분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걸음이 느려, 달리지 않고서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항상 생활관 21동에서 나와 뛰어서 수업을 갔고, 정확히 수업 시작 즈음에 도착해서 땀을 닦곤 했다. 여느 날처럼 힘들게 수업을 가던 중, 느린 걸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느린 것보다, 빠른 걸음으로 수업을 빨리 가고, 빠르게 졸업하고, 취업하고, 인생의 성공을 맞이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나 또한 우스갯소리였을지라도 대학 생활 목표는 ‘4년 졸업’이라고 말하곤 했다. 무의식중에 나도 ‘빨리, 빨리!’를 외쳤던 것이다. 우리는 빠른 목표 실현만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왔다.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고 여유 없는 나날을 보낸 것이다. 누군가는 빠른 성공이 효율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일의 효율을 따져가며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은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효율은 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느리다고 해서 같은 시간 동안 더디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느리게 걷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랄 수 있다. 느림은 빠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느리게 살면서 매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천천히 음미하려는 소망을 실현하는 것뿐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력과 성실이 전부가 아니라, 생활 속 여유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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