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교수의 평양 방문기] “김책공대와의 공동연구 성사로 남북과학기술교류 물꼬 텄으면”
[박찬모 교수의 평양 방문기] “김책공대와의 공동연구 성사로 남북과학기술교류 물꼬 텄으면”
  • 박찬모 / 대학원장, 컴공 교수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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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가기가 매우 힘든 곳인 평양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방문하게된 주된 동기는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북한의 컴퓨터요원 양성을 위한 시범사업(Teach-the-Teachers Progr am)을 포항공대와 김책공대가 공동으로 수행하자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아울러 북한의 IT분야 현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남북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과 6·15 공동선언 발표이후 남북교류가 급류를 타고 있으나 아직도 과학기술자의 왕래는 극히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번 필자의 평양 방문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및 평양정보쎈터에서의 세미나는 포항공대를 소개하고 앞으로 IT분야에서 남북교류를 활성화 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제 3국에서 북한 과학자를 많이 만났고 북한을 방문한 외국의 과학기술자나 동포과학자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으며 싱가폴, 일본에서 파는 북한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했지만 북한을 직접 방문하기는 97년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러나 나진·선봉지역 방문은 하루에 그쳤고 비록 비파호텔에서 유용한 책을 몇 권 살수 있었으나 과학자와의 만남 등은 없었기에 이번 평양 방문이 북한의 과학기술분야를 현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가 된 것이다.

컴퓨터요원 양성 시범사업 제안

1948년 9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과가 분리되어 나와 창립된 김책공대는 처음에는 9개학부, 16개학과에 교수 70명, 학생 1,540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기술인재양성의 종합적 대학으로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였다 한다. 그리하여 현재는 연평 22만 평방미터의 건물에 19개 학부, 71개학과, 11개 연구소, 90여개의 연구실, 종합실습공장, 도서관, 인쇄공장 등이 있으며 학생 수는 1만 3천명, 강사 5,000명 그리고 박사교수 150명을 포함해서 학위소지 교수는 1,350명에 달한다. 또한 1,200명의 박사원생과 700명의 연구원이 있고 그동안 배출한 기술인력은 6만명이 넘는다. 컴퓨터분야 교육에 대해 필자가 질문하자 리시흡 부총장은 21세기는 지적교육, 지적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컴퓨터 교육을 매우 중시해서 모든 학생이 컴퓨터 교육을 받으며 콤퓨터학부에만 학생이 1,200명 있고 박사원생도 150명이나 된다 하였다. 또한 부설 콤퓨터쎈터에서는 170대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속성으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으며 정보쎈터는 대학의 컴퓨터망 체계를 관리하고(130대의 단말 컴퓨터가 연결됨)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중앙과학기술 통보사가 관리하는 국가전산망에도 연결되어 필요한 자료를 주고받는다 하였다.

리 부총장의 설명후 필자는 포항공대의 안내책자와 CD-ROM을 주고 포항공대의 연구 및 교육현황을 소개했다. 김책공대 교수 중에는 포항공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교수도 많다. 또한 필자가 제안한 컴퓨터요원 양성을 위한 시범사업에 대한 합의서 초안과 계획서를 제시하고 공동연구의 중요성과 수행방안을 설명했다.

김책공대에서의 세미나는 9월 25일에 가서 했는데 정보쎈터, 콤퓨터학부, 의학계통, 기초과학분야에서 약 20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참석했다. ‘가상현실의 현황과 전망’과 ‘의학분야에서의 컴퓨터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약 2시간여 강연을 했다. 청취태도는 매우 진지하고 열심이었으며 끝난 후 질문도 많이 나왔다. 특히 가상부엌등 비교적 간단한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드는 비용을 묻는다든가 다른나라에 VR전문학과나 전문연구소가 있냐고 묻는 등 김책공대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세미나를 마친 후 정보센터 소장이 매우 유익했었다 하며 오늘은 개론을 했으므로 앞으로는 각론을 좀 심도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내년 1월과 2월에 시간이 있으니 불러달라고 했다.
포항공대와 김책공대의 공동연구에 대해서는 앞으로 당국과 의논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향서를 받아왔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머지않아 성사되리라 믿는다. 김책공대는 현재 세계 9개국 16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중국에서는 청화대학, 동북대학 그리고 하얼빈공업대학과 자매결연이 되어 있다.

북한도 정보화열기 뜨거워

평양정보쎈터(Pyongyang Informatics Centre-PIC)는 평양에서 제일 높은 호텔인 류경호텔(미완성) 바로 옆에 있다. PIC 부소장인 김유종 기사장의 설명을 듣고 연구실을 돌아보았다. 문서편집프로그램인 ‘창덕’으로 매우 유명한 PIC는 현재 창덕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인 조선어정보처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창덕상에서 기계번역이 이루어지게 하려 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음성합성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궁극의 목적은 불특정화자의 연속음성을 인식하는 것이라 했다. 또한 PIC에서는 CAD(컴퓨터보조설계)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서 2차원 제품을 ‘들’이라는 명칭으로 출시했으며 이를 이용해서 미국의 한 신발회사의 위탁생산을 해주고 있다 하였다. 즉 신발 바닥본을 자동으로 배열함으로써 재질을 5% 절약할 수 있다 한다. 그 외에도 일본 오사카의 OIC와 공동으로 Firewall, DB검색 등에 관한 연구를 하며 PIC의 DB실장은 OIC의 한 교수와 함께 SQL Server의 활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140명의 연구원과 IBM PC, Macintosh, SUN Workstation 등 다수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PIC는 인력양성을 위해 O&P프로그램 강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좁은 공간으로 한번에 60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데도 강습생이 몰려들어 95명을 받은 적도 있다 하며, 강습생 중에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도 컴퓨터 열기가 대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전 착공한 새 강습소 건물은 2002년 2월에 완공될 예정이며 건평이 8,300평방미터가 된다. 강의안은 자체 내에서 개발하고 주로 C++를 강의하나 내부적으로는 Java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Windows 95나 98, NT는 물론 최근 나온 ME(Millennium Edition)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신 정보도 나름대로 신속히 들어가고 있다.

필자가 세미나를 할때는 100명 가까운 연구원이 모여서 청취했는데 평균 연령이 28세라는 말대로 매우 젊은 청년 남녀가 소강당을 꽉 채웠다. PIC에서는 가상현실에 대해서만 강연을 했는데 강연후 나온 질문은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이미지렌더링, CAD와 가상현실을 연관시킨 것으로 매우 좋은 질문이 많았다. 이들 연구원들의 책꽂이에는 주로 일본어 참고서적이 꽂혀있었으며 책장 위마다 3단요가 얹혀 있는 것으로 보아 밤에 연구실에서 자면서 작업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IC 1층에는 매장을 두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고객상담실을 두어, 컴퓨터의 도입에서부터 프로그램 이용, 주문 개발까지 컴퓨터와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해 해결해 주고 있다.

컴퓨터의 구입자는 개인보다는 기업체 등 기관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하며 판매하고 있는 컴퓨터는 펜티엄급 컴퓨터가 대부분이었고 메이커도 Compaq, IBM, Fujitsu, Philips, Acer 등 다양했다. 필자가 그곳에서 구입한 소프트웨어는 ‘창덕 6판’, 2차원 CAD인 ‘들’, 조일기계번역프로그램인 ‘담징’, ‘PIC폰트집(3집)’, 건강관리시스템인 ‘체질과 식사’였으며 ‘맑은 아침의 나라-조선’이라는 멀티미디어 CD-ROM은 선물로 받았다.

금번 평양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북한의 IT분야를 연구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의 일부가 해소되고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당수준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 하겠다. 또한 앞으로 IT분야의 남북교류 가능성도 좀더 구체적으로 타진할 수 있었으며 아울러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는 것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묵고 있던 호텔이 대동강변에 있어 안내원의 양해를 구하고 새벽에 대동강변을 혼자 산보했는데 낚시하는 시민과 어린이들, 그리고 청년들이 새벽에 많이 나와 있어서 얘기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는데 시민들의 표정이 밝았고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산보하고 있었다. 인민대학습당 근처 광장에서 연습하다 잠깐 쉬고 있는 학생이 노트를 보고 있기에 옆에 가서 보니 C++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물어보니 평양콤퓨터기술대학이라 해서 매우 반가웠다. 학생의 도움으로 근처에 있는 외국인을 위한 서점을 찾아 들어가 보니 많은 과학기술 잡지가 있었으며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제작한 ‘과학자, 기술자들의 벗’이라는 CD-ROM이 있어 구입했는데 여기에는 7개국어로 된 18개 분야의 과학기술용어 30만개가 수록되어 있고, 500여명의 세계적으로 알려진 과학자와 기술자의 약력과 업적을 음성 및 화상과 함께 편집해 놓았다.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여 컴퓨터실에 들르니 어린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가장 어린 학생에게 가서 프로그램 할 줄 아느냐고 했더니 BASIC으로 할 수 있다 하여 간단한 문제를 주니 바로 해 보였다.

이번 방문에서 잊지 못할 일은 묘향산에 갔다 내려올 때 단체여행을 하던 작은 소년하나가 묘향산 기념 지팡이를 나에게 가지라고 준 것으로 자기도 기념으로 샀을 터인데 선뜻 주는 마음이 몹시도 가상했던 것과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고 9월 24일 주일에 나를 봉수교회에 데려다 주어 예배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하루 속히 포항공대와 김책공대의 공동연구가 성사되고 교수와 학생의 교류도 실현되기를 기원하면서 붓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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