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설문조사] 포스테키안, 편협한 문화생활 하고 있다
[생활문화 설문조사] 포스테키안, 편협한 문화생활 하고 있다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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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이용 하루 평균 4시간 넘어... 책 사는데는 인색

지난 10월 28일, 포항공대 신문사에서는 포항공대 학생들의 생활 문화에 대하여 지곡회관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9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이 설문 조사에 응한 재학생은 모두 181명이었고, 그중 학부생은 00학번 69명을 포함하여 139명, 대학원생은 42명이었다.

우선, 포항공대생의 한달 평균 생활비는 약 28만 8000원으로, 6년 전의 설문 조사 결과인 23만 8천원에 비해 5만원가량 늘어나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씀씀이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학부생은 약 27만 9000원, 대학원생은 약 31만 7000원으로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학부생에 비해 대학원생은 도서 구입비나 각종 생활용품 구입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지출할 곳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비 중에 식비를 제외하고 어떤 곳에 가장 돈을 많이 쓰냐는 항목에 학부생들 중 ‘음주’라고 응답한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내에 주점이 위치해 있고, 주류를 배달하는 야식 업체들이 많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크고, 또한 적절한 음주 문화를 통해 인간 관계에 있어서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다만 아쉬운 것은 이렇게 음주 비용이 압도적인 차이로 최우선 순위에 놓이는 것은 포스텍 문화의 어두운 면을 보는 듯하여 그리 좋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대학원생들은 음주와 도서 구입에 거의 같은 수로 응답하였다. 음주에 비해 휴대폰 요금 등의 통신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음반이나 책 등을 구입하여 보다 폭넓은 문화를 즐긴다는 응답도 2위를 차지했다. 또한,`‘공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옷을 사는 데에는 지출이 매우 적었으나 반대로 컴퓨터와 관련하여 돈을 쓴다는 응답도 매우 적은 것은 의외였다. 재미있는 것은, ‘기타’ 항목에도 많은 응답이 나왔는데, 밥값만 쓰기 때문에 다른 곳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답이 많았고, 데이트 비용을 위해 위의 보기들을 기꺼이 포기한다는 응답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음으로, 포항공대 학생들은 한달에 평균적으로 1.47권의 책을 사는 것으로 나와 술을 마시는 데에 비해 책을 사는 데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아예 사지 않는다는 응답도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 되었고, 이중에 학부생, 그중에서도 00학번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것은 학부생들이 책을 통한 문화 생활 내지는 학습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각종 매체,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다른 경로가 많이 확보된 탓도 있겠지만, 학력 배양에 소홀해진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학부생의 1.43권보다 약간 많은 1.63권의 책을 구입한다고 응답했는데, 이것 역시 매우 적은 수치이다. 물론 교내 서점에 교과서 외의 전공 서적이 극히 적게 구비되어 있고, 혹자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 적은 수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책과 거리를 두게 된 데에는 컴퓨터와 기숙사 방마다 설치된 LAN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포항공대인의 평균 컴퓨터 이용 시간은 하루에 4시간 20분이었고, 컴퓨터를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인터넷과 PC통신이었다. 이것은 곧 하루의 6분의 1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생각해 보면 상당히 우려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1999년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실시하였던 ‘포항공대생들의 인터넷 사용실태 및 중독에 관한 연구’에서도 학생들의 주당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이 18시간 17분으로 일반인들에 비해 3시간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것을 컴퓨터 사용 시간으로 범위를 넓혀 조사한다면 주당 30여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와 학생들이 좋게든 나쁘게든 상당히 컴퓨터에 얽매여 있고, 이러한 중독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얼마나 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동아리 활동의 특성상 대학원생들을 제외하고 학부생들의 답변만을 고려하였다. 포항공대 학부과정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02개의 동아리에 가입하여 모두가 하나씩의 동아리에는 가입되어 있는 셈이었다. 개별적으로는 하나의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위를 차지하였다. 대학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 문화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며, 여기에는 공대생 특유의 무관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학교 동아리들이 과연 여태까지 그러한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선택을 받을 만큼의 역량을 보여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소규모 학교이다 보니 학생 수가 적은 관계로 자연히 동아리 수도 적고, 또 거기에 따라 비슷한 성격의 동아리가 없으면 선의의 경쟁이나 교류가 없게 되어 그만큼 활동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도서관은 평균 몇번이나 이용하느냐는 질문에는 학부생들(3회)이 대학원생들(1.44회)보다 2배 이상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예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상당수를 차지했고, 단순히 이용 회수만 가지고는 정확한 이용 실태를 파악할 수 없겠지만 학부생들이 보다 더 학구열에 불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학원생들의 이용 회수가 적은 것은 주로 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참고 서적을 찾을 때를 빼고는 LRC나 일반 열람실 등을 이용할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숙제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역시 예상대로 학부생들의 숙제 시간(2시간 14분)이 대학원생(1시간 19분)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가 바로 과제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학생 전체를 통틀어서 통계를 내자면 우리 학교 학생들만큼 각종 숙제와 퀴즈에 혹사당하는 학생들도 없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취침 시각이 몇시쯤이냐는 질문에는 예상대로 늦은 새벽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과정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2시 30분에 잔다고 응답하였다. 6년 전의 1시 30분에 비해 취침 시각이 매우 늦어진 것이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평균 2시 11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나, 학부생들보다는 약간 일찍 자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균적으로 아침 수업 관계로 8시에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학부생들은 약 5시간 30분 정도로 수면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분석해 보았을 때, 포항공대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폭이 좁은 문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내 활동에 있어서는 그리 길지 않은 잠을 자면서도 이틀에 한번 꼴로 도서관에 가고 비교적 많은 양의 숙제를 하며, 과외 활동에 있어서는 생활비 중 문화 면에는 지출액이 적고, 여가 시간에는 주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다소 폐쇄적이고 편협하며, 뭔가에 짓눌린 듯한 답답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비록 학교 자체는 외지에 위치하고 있을지라도 포스테키안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좀더 넓은 곳으로 탁 트인, 진정한 의미의 대학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