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하나가 되는 사회를 이루자
크게 하나가 되는 사회를 이루자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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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하게 맞이했던 ‘새 천년의 원년’도 지나가고 또 다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작은 으레 희망과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올해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이 각박해지고 미래에의 전망 또한 밝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산산이 깨어지는 현장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야야만 하는 현실이다. IMF 사태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모든 것이 경쟁적이 되고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강박감에 우리는 시달리게 되었다.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나의 편만이 있을 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개인 또는 집단적 이기주의의 투쟁 현장을 수없이 목격해야만 했다. 가진 사람들은 더욱 많은 것을 원하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투쟁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편이었다. 자기 주장을 펼 수단도 방법도 없이 사회 한편에 무기력하게 방치되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 나라만이 그런 것도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러하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본과 시장의 논리가 최우선시 되면서 생산성을 무기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가. 비판적인 학자들은 ‘20 대 80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20%와 도태되는 80%로 사회가 양극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적 차원에서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소득 기준 상위 20개국의 평균소득은 하위 20개국보다 37배나 많으며 이런 격차는 지난 40년 사이에 두배로 벌어졌다고 한다. 또 다른 한 통계는 1998년 현재 13억의 인구가 절대빈곤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나라에서도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의 위기 또는 몰락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일반적 풍요 속에 절대빈곤의 증가, 상대적 불평등의 심화 현상이 20세기 최대의 패러독스라는 지적이 나올만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사회가 새 천년에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우리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 시원치 않다.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들은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쉽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경쟁 대열에서 탈락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기의 근원에 대한 진단과 처방없이 우리는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기에 경쟁은 더욱 맹목적이고 치열해지고 삶의 현장은 그만큼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우리는 바쁘게 뛰어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문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물질적 풍요만이 지상의 과제가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 발전을 위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발휘되는 사회, 약자에 대한 냉소와 천대 대신에 따뜻한 동정과 배려가 주어지는 사회, 인간의 무한대적 욕망이 절제되는 가운데 자연과도 친화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식적이며 실천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상 인류가 추구해 온 유토피아는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사회였다. 동양의 고전에서 이미 제시되었던 ‘대동(大同)’ 사회, 즉 너와 나가 크게 하나가 되고 일체화됨으로써 모든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런 사회말이다. 그것이 비록 꿈일지라도 지금와서 그것을 포기해야 할 이유도, 또 그럴 권리도 우리에게는 없다. 역사는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