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21세기를 여는 시민들의 ‘힘’] 한국 NGO운동의 현황과 전망
[NGO, 21세기를 여는 시민들의 ‘힘’] 한국 NGO운동의 현황과 전망
  • 이태호 /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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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운동이 지향하는 참여사회는 시민의 자율적 판단과 참여로 권력의 남용을 통제할 힘을 가지고 조화롭게 운영되는 사회이다

최근 일간지나 방송에 NGO의 활동을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1세기는 ‘NGO의 시대’라고 하기도 하고 ‘제5의 권부(權府)’라고 하기도 한다.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는 비정부기구라는 뜻으로 시민의 자발적인 힘으로 구성된 기구들, 한마디로 시민운동조직들을 일컫는다. 시민조직을 권부라고까지 부르는 것은 시민의 조직된 힘이 정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외의 진단을 함축하고 있다.

NGO 운동은 정부와 시장의 한계로부터 출발한다. NGO는 공권력의 오용이나 남용을 견제하고 국가가 다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일정부분 대체하는 사회적 역할을 한다. 또한 NGO 운동의 관심은 주로 약육강식의 질서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연대에 맞추어진다. NGO운동의 최대 관심사를 요약하면 지속가능한 발전(sus tainable developm ent)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일부가(사실상 상당수가) 인권을 침해당하고 착취당하며, 인종과 성, 문화적 차이에 따라 차별당하며, 자연이 파괴당하여 복원되지 않는 수탈적 지구문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반성에 기초한 것이다.

NGO운동이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라 할 수 있다. 독재정권과 권위주의체제의 패퇴가 뚜렷해짐에 따라 NGO운동의 주된 사회적 기반이자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까닭이다. 물론 YMCA등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NGO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 점에서 이 땅의 모든 NGO운동은 반독재민주화운동, 민족민중운동을 거름으로 성장한 열매들이라 할 수 있다.

6월 항쟁으로 독재체제는 무너졌고 국가와 사회 전반에서 탈권위주의화가 진전되었다. 그러나 ‘민주화’는 순탄하지 않았다. 90년대는 80년대 중후반의 거대한 경제성장과 소비문화의 급속한 확대와 함께 시작되었다. 권위주의 정권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지만 ‘시장과 자본’의 힘은 강해졌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지역감정과 연고주의, 성장만능주의와 물신주의 등이 드러났다. ‘민주화’ 운동은 이제 다변화되어야 했다.

NGO운동은 90년대 들어 빠른 성장을 보였고 새로운 사회운동의 흐름을 선도하였다.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운동연합은 각각 경제분배정의, 친환경적 발전, 여성과 소수자 권리 등의 문제의식을 대변하며 90년대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90년대 들어 도입된 지방자치제도는 각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능성을 높였고 지역마다 풀뿌리 시민조직을 성장시켰다. 90년대 시민운동의 폭발적 성장은 한국시민단체협의회라는 시민운동연대체를 형성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급성장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중산층주의’로 경도되고 있다”는 비판이 노조나 기존 재야운동단체로부터 대두되었다. 특히 시민운동이 경향적으로 노동조합 운동이나 민중운동을 배제하는 듯한 행보를 취한 것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간과하는 오류로 나타났다. NGO의 생명이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임에도 불구하고, 문민화되었지만 여전히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지원과 이미 권력화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기대어 자신의 재생산을 의탁하는 한계도 보였다.

지난 1997년 한국사회에 도래한 경제위기는 사회운동에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실업문제, 복지정책문제, 재벌개혁문제, 정치구조개혁문제 등 구조적이고 계급적인 문제점이 대두된 반면 중산층의 거품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던 시민단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95년 창립한 참여연대가 이 시기 빠른 성장을 보이게 된 것은 재벌개혁운동(소액주주운동), 정치개혁운동(부패방지법 제정 등), 사회복지운동(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같은 구조개혁 사안을 주로 다루었고 노조등과 적극 협력하는 연대방침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 들어 5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은 부패정치인 낙선운동을 전개했고 낙선대상 정치인 84명 중 59명을 낙선시키는 등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이 운동은 시민단체들이 시민단체 선거개입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에 대해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직접행동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 시민사회와 정치집단간의 일종의 힘겨루기에서 시민여론의 승리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남용을 통제할 힘을 가진 사회, 시민의 자율적 판단과 참여로 조화롭게 운영되는 사회질서. 이것이 NGO운동이 지향하는 참여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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