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막 재료 찾기 위해 평생 받쳤다”
[인터뷰]“박막 재료 찾기 위해 평생 받쳤다”
  • 이한결 기자
  • 승인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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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연구환경과 전투원같은 연구팀 있었기에 가능
과학기술부 주관의 한국과학상은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며, 자연과학분야의 원리를 규명하여 세계적 수준의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를 발굴하여 포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격년(87년부터 짝수해만 시상, 홀수해는 한국공학상) 4개 분야(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를 시상하고 있으며, 한국 과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같은 영예를 안은이성익 교수를 지난 10일 이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 뒷얘기를 들어 보았다.

-한국과학상을 받은 소감은
기쁘다. 한국과학이 발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물리학과 최초로 영예를 안아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내가 포항공대에 있고, 좋은 연구환경, 좋은 연구원들과 함께해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가만히 있어도 똑똑한 연구원들이지만, 할 일이 생기면 마치 전투원들처럼 돌진을 해서 결과를 도출해 냈다. 가끔씩 저녁을 같이 먹을 때, “맥주를 사줄까?” 해도 마다하고 연구를 하러 갔었으니 알만하지 아니한가. 포항공대 같은 좋은 연구환경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런 좋은 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업적 중, 특히 초전도 박막이 좋은 연구성과를 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먼저, 박막은 모든 전자제품의 기초다. 박막이나 전선으로 만들 수 있어야 전자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회로를 보면 얇은 전선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초전도체도 활용을 하려면 박막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전도체가 나왔을 때, 박막을 만들기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 및 연구소에서 노력했고, 우리는 세계 최초로 초전도 박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초전도 박막을 만든 것만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이 박막을 이용하여 많은 실험을 수행했고, 그 결과 한 동안 풀리지 않았던 초전도 현상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알아냈다. 연구 수행과정에서 연구원들이 많은 일을 해냈다. 포항공대의 교육이 참 우수한 것 같다.

-박막이 다른 고온 초전도체에 비해 임계온도가 낮은데, 효용성이 떨어지지 아니한가
임계온도로만 보면 우리가 만든 박막은 39K이므로 현재 개발된 고온 초전도체에 비하면 낮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 39K로 만들기는 쉬운 일이므로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임계온도는 초전도체를 만드는 물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고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원료로는 박막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온도를 포기하는 대신, 효용성을 택했다.

-박막 재료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인위적으로 원자를 만들 수 있듯이, 인위적으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물질을 만들고 검사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재료를 찾았다. 이 때문에 2~3년 정도 고생을 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물질의 완성까지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경우에는 30분만에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찾기가 힘들었다.

- 아이디어를 찾을 때, 독창적인 것이 있었는가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 달랐다. 박막을 개발하던 당시, 대부분의 연구소에서는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물질을 합성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온도와 함께 압력을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MgB2를 찾아냈고, 우수한 초전도 박막을 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