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서 주어진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누군가에게서 주어진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제는 넓은 의미로 전통축제 뿐 아니라 문화제, 예술제를 비롯한 각 지역의 문화행사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제천의례에서부터 점차 발달해와 그 종교적인 색채가 짙게 나타나는 과거의 축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종교적 색채보다 유희적 성격을 띄게 되었고, 현대사회의 산업화와 세속화는 축제의 엄숙성을 박탈하고 유희적 성격을 강화하였다. ‘나’와 ‘남’ 사이가 상대적으로 멀어져 버린 현대에 들어서는 자연 발생적인 축제보다는 인위적인 축제에 무게중심을 둘 수 밖에 없지만 축제의 본질적 의미-즐거움은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왜 축제를 하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은 인간의 생존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가 없는 민족은 살아서도 산 목숨이 아니고 죽어서도 고이 잠들 수 없다’고 어느 학자가 말했듯 축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의 삶이 상실되고 ‘너‘와 ‘내’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닌 이 시대에 축제는 또 그렇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 사회가 우리라는 통합적 개념보다는 나라는 해체적 개념이 강한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를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문화적 기제(機制)로서 지역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축제의 활용이 최적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런 축제의 기능은 그것이 일상의 단절이고, 일탈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축제기간에는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하며, 내재되어 있는 욕구를 발산하며,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다. 규범적인 일상에서 용납되지 않던 행위들로 그 동안 형성되어 온 관습적인 질서를 바꾸어 놓는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축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이래로 지배이념인 유교사상으로 인해 참여와 일탈보다는 절제와 엄숙을 미덕으로 삼아왔던 과거 우리의 전통문화와 일제시대에서부터 군사정권시절까지 ‘군중’을 억제하였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즐거운 축제문화가 없다. 8·15광복 후 정부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여 3.1절ㆍ제헌절ㆍ광복절ㆍ개천절 등을 국경일로 정하는 한편, 전통적인 명절과 뜻 깊은 기념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기보다는 기념일의 성격에 가까운 정도로만 행해지고 있을 뿐이다. 또, 마을이 씨족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지역 축제가 곧 가족 행사였던 과거에서 급속히 산업화를 거치면서 핵가족화 됨에 따라 지역의 축제문화가 사라진 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축제문화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설날과 추석으로 대표 되는 명절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가족과의 만남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규범과 일상에서 벗어나 광란의 소용돌이를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축제는 다른 기능들도 포함하고 있다. 즉, 산업사회에 적합한 기능들 - 지역축제를 통한 만남과 지역적 소속확인 또는 전통문화 보존 기능, 관광기능 등의 경제적, 문화적 역할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축제는 해외관광객을 위한 상품화가 추진될 경우 그 지역의 관광자원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그 결과 그 지역의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관광객으로서도 ‘개성있는 관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민으로서는 무언가 잘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부담스러운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 그러기에 지역민도 참여를 하면서 동시에 관광객 유치 효과도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위한 축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이 즐기는 축제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면, 그에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축제라기보다는 전시의 성격이 강하고, 다 같이 즐기고자 하기 보다는 무엇이라도 한번 더 보여줘서 상품화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축제의 순기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이후 우리도 참여하는 축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조금 더 두고 생각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이런 스스로 즐기는 축제문화 - 행사가 아닌 축제를, 누군가에게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를 만들 때가 왔음을 시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