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방학, 정답은 없는가?
알찬 방학, 정답은 없는가?
  • 배익현 기자
  • 승인 200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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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테키안에게 방학이란?
길었던 방학이 끝났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번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보자.

우리대학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그 명성에 걸맞는(?) 숙제량과 학업량을 자랑한다. 많은 사람들이 학기 중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을 엄두를 못낼 정도라고 하면 얼마만큼이 거짓말일까. 그런 만큼, 우리 대학에서 특별한 학업적 부담이 없는 방학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스테키안의 방학이란 어떤 것일까? 방학 때도 포항공대의 기숙사는 비어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방학동안 학교를 떠나 여행을 하거나 집에서 쉬기도 하지만, 계절 학기 과목을 수강하고 기금 캠프나 연구참여 혹은 새터 행사 준비 등의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에 그 동안 미뤄뒀던 독서를 하기 위해 꼬박꼬박 도서관에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이용해 과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포스테키안의 방학 스타일은 다양하다.

또 한편으로는 부지런한 방학이 아니라 스스로도 부끄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할 만큼 ‘게으른’ 방학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기숙사에 틀어박혀 어디 한군데 나가지 않고, 밥만 꼬박꼬박 챙겨먹으며 정말 하루 종일 잠을 잔다든가, 그 동안 이리저리 학점에 치여 맘놓고 해보지 못했던 게임을 종류별로 모아 해본다든가 등등 소위 비난받는(?) ‘폐인생활’이지만, 의외로 많은 수의 학우가 이런 방학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늘 쫓기듯 바쁜 생활을 하는 가운데 이런 방학 생활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감히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달콤한 휴식과 한가로움이 보장하는 여유를 유예시키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막상 내일이 오늘이 되었을 때 어제의 수고와 강도 높은 노동이 오늘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다. 오늘 실현되지 않고, 끊임없이 내일로 유예되거나 지체되는 즐거움과 행복은 끝끝내 나의 향유가 되지 못하는 신기루일 뿐이다. 아, 나는 그 신기루에 홀려 여기까지 왔다. (장석주, <추억의 속도>중)


방학의 의미와 효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대학처럼 학기 중에 학업 요구량이 많은 상황에서는 단지 긴 휴식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휴식이라는 단어가 생각하기에 따라 애매하긴 하지만, 낚시나 레저 같은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이 즐거움을 가지고 만족할 수 있는 것 모두를 휴식의 범위에 포함시키자. 지금의 휴식이 그 다음의 힘든 학업을 위한 재충전의 의미까지 지닌다면 금상첨화다.

때로는 방학이 끝나고 나서 그 허무함을 토로하는 학우도 있다. 그리고는 개강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방학동안 그 흔한 여행 한 번 안가 보았더라도, 영어 공부를 하나도 못했고 전공공부는 커녕 교양서적 한 권 읽지 않았더라도 이제 더는 못 쉴 만큼 쉬었다면, 그것으로 그만 아닌가.

어찌됐든 길었던 방학은 끝나고 이제 새학기의 시작이다. 다시 퀴즈, 숙제, 시험에 바쁘게 살아갈 때가 왔다. 가끔씩은 다시 방학 때의 한가로움이 그리워 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방학을 보냈던 간에 이제 긴 휴식에서 깨어나 새롭게 일어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