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건)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김대중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 뒤 방북 직전까지 기회있을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했다. 남쪽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상회담을 준비했지만, 북쪽이 구체적으로는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분단 반세기 만의 첫 남북정상회담은 그렇게 안개속을 헤치듯 불투명한 상태로 항해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자신의 갈 길은 ‘선군(先軍)혁명로선’에 기반을 둔 ‘강성대국’건설이라고 주장했고,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구호가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이 말은 노동당 기관지 96년 6월3일치에 보도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다)이었다.무릇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했던가. 분단 반세기 동안 철천지 원수처럼 지내온 남과 북 사이엔, 역설적으로 처절했던 적대와 갈등의 강도만큼이나 화해와 협력, 평화의 필요성이 절박했다.아마도 오랜 세월 통일로 가는 과정의 ‘결정적 이정표’로 역사책에 기록될 ‘6·15 남북공동선언’은 그 절박한 필요성에 현실주의적으로 응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 한돌에 즈음한 지금

학술 | 이제훈 / 한겨레신문 기자 | 2001-06-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