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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혼란기의 충청도 이리 기차역, 열네 살 소년과 아홉 살 누이가 매일같이 나와 아버지를 찾고 있다. 만주에 살다가 해방을 맞아 내려왔다는 이 오누이는, 농사일을 찾아 막연히 목포행 표를 구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기차를 탔다가 대전역에서 그만 둘만 남게 되었다. 어머니와 막내 동생은 만주에서 나올 때 사고로 죽었고, 배다른 형은 그 전에 집을 나가고 없는지라, 갈데없이 고아가 된 터이다. 역전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기 한 달, 기차 안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이 모아 준 돈도 다 떨어지고 해서, 마침내 오빠 영호는 여관의 ‘끌이꾼’으로 동생 영자는 다른 집의 애보기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네 달이 흘러 영호가 동생과 함께 살 방을 구하고자 마음을 먹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된다. 와 로 유명한 채만식의 유고작 (1949년 탈고, 1972년 발표)의 개요이다. 물론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잡아 두자면 좀 더 많은 사항이 부각된다. 아버지 오 서방의 내력과, 영호 남매의 친모인 둘째 부인의 내력 및 오 서방과의 만남이며 이들이 만주로 떠나게 되는 사정, 힘들게 생활터전을 잡아가는 만주에서의 생활, 해방 소식에 술렁이는 만주의 한인들과 귀국 여정의 고난

문화 | 박상준(인문학부) 교수 | 2014-12-03 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