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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89년 12월 마지막 날 지중해상에 정박한 소련의 유람선 막심 고리키에서 당시 미국과 소련의 두 정상,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공산당서기장이 만났다. 그들은 “냉전은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를 이어온 초강대국 중심의 양극화 질서가 종식된 것이다. 세계는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동서진영 간의 대립에서 벗어나 평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탈바꿈하는 듯했다. 그러나 세계는 이전 수백 년에 걸쳐 겪어온 것만큼이나 험난하고 굴곡진 역사를 만들어왔다. 냉전 종식 선언에 담겨 있던 희망의 메시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하나의 세계? 환상과 착각을 넘어1990년대는 ‘세계화’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과거에 ‘국제’라는 말이 표준어로 자리 잡았지만, ‘세계화’ 또는 ‘지구화’라는 표현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모든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는 ‘하나의 세계’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세계화의 구호와 담론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었고, 그에 담긴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세계화의 구호는 UN이나 세계무역기구 등 여러 국제기구, 모든 나라의 정부, 기업, 사회활동의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화는 신자유주

사회 | 민병원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14-01-01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