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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 그 누구도 거북이가 토끼보다 느린 것에 , 목련이 장미보다 일찍 개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유독 서로의 속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을 하지 못한다. 옆의 사람들은, 사회는, 우리에게 항상 빠른 것을 요구한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말이다. 나는 한결같이 느린 사람이었다. 보통의 아기들이 첫 돌 무렵이나 그 직후에 걷기 시작할 때, 여전히 나는 기어 다니기만 했고,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서야 불안한 첫걸음을 뗐다. 유치원의 미술 시간이 끝난 후에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붙잡고 있던 아이는 나뿐이었고, 급식을 가장 늦게 먹는 아이도 나였다. 걷거나 뛸 때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건 항상 익숙했고, 몸이 아파도 한참 뒤에 알아차릴 정도였다. 하지만 6살의 나는 남들보다 느린 속도를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옆자리의 아이가 “너는 왜 이렇게 느려? 밥은 빨리 먹어야지. 여기에서 너만 느리잖아”라고 말했다. 그때야 어렴풋이 나는 내가 느리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

지곡골목소리 | 강주은 / 컴공 17 | 2018-09-19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