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관용 기획처장
인터뷰 - 최관용 기획처장
  • 박지용 기자
  • 승인 2009.05.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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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협력과 상호이익 추구

- 대학 간 협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학생 및 연구 교류의 측면이 강하다. 국외 대학의 경우, 우리학생들의 국제화를 위해 외국 대학에 가서 실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학생 및 연구 교류를 위해서는 협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내대학의 경우, 우리대학이 이공계에 치중하여 인문·사회·예술 계통의 교육을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공계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협정이 필요하다.
교수 측면이나 학교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유대관계를 맺고 시설을 상호 활용하거나 과학자들끼리의 교환 등 전략적인 효과를 노린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탁월한 국제연구소(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 WPI)’ 계획에 선정된 오사카대와 협정을 진행 중이다. 오사카대는 연간 350억 원씩 투자해서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이 대학과 전략적 협정을 체결하려 한다. 그래야 우리학생들도 그곳에 가서 연구할 수도 있고, 교수·연구원·학생들의 교류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연구소인 막스플랑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와 협정을 맺은 것은 전략적으로 연구 교류를 확대하고 MPI-Korea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 협정을 맺는 데 있어서 우리대학이 지니는 강점과 약점은?
가장 중요한 우리의 강점은 첫째, 교수학생들의 인적자원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둘째, 첨단시설 등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속기연구소나 철강대학원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요원, 인프라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셋째, 이공계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분야별로 탁월한 업적을 내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약점으로는 종합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분야별로 이공계에만 집중되어 있고, 학교의 규모가 작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공계 분야의 선택과 집중이 강점이지만 포항이라는 지리적 약점도 있다. 외국에서 오는 학생들은 단순히 공부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배우러 오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포항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을 더 선호한다.

- 우리학생이 외국대학에 가는 것에 비해 외국학생이 우리대학에 그만큼 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영어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그것은 상당히 조심해서 봐야 한다. 1학년 때부터 영어로 가르쳤을 때 영어를 가르치는 것 이외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가 의문이다.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로 강의를 할 때 교수와 학생들이 얼마나 소통하느냐 하는 것이다. 외국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겉치레로 전면적인 영어강의를 하면 홍보효과는 잠시 있을지라도, 우리학생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의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대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일단 영어인증제를 도입하여, 1~2학년 때 준비를 하고 3학년 때부터 100% 영어강의로 올라가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런 후에 점차 1~2학년으로 영어강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학생들을 받기보다는 우리 실속을 따져야 한다. 전면적인 영어강의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화위원회가 집요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 기획처장으로서 우리대학의 협정을 어떻게 보는지?
초창기에는 총장이나 교수 등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협정을 맺어왔다. 이에 따라 협정이 형식적인 것이어서 유명무실화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상호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정이라는 것은 맺는 것뿐만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도 있게 각 대학의 특성을 보고 실질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국제화위원회에서 프로그램을 평가해서 협정을 맺을 것인지 결정한다. 상호교류가 활발하여 서로 win-win하고 지속가능성이 있으며 서로 간에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정이 필요하다.

- 대학 간 협정에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대학 간의 협정은 실질적인 협력과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학생들과의 교류를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한 가지 전략은 우수한 교포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를 통해 뛰어난 학생들을 받고, 우리학생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또 다른 전략은 외국의 유수한 기관과 밀착된 협정을 맺어, 말뿐만이 아닌 특성화된 분야의 실질적인 교류를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좋은 사례를 만들고, 그런 사례를 모델로 해서 협정을 맺어가고자 한다. 장기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동아시아권이다. 동아시아권은 미국·EU와 더불어 세계를 리더하고 있으며, 산업·경제·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미래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시아권 17개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구성된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AEARU)에서 우리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협력관계로 확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