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대학생’ 하면 떠올리는, 무거운 전공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학생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노트북과 태블릿PC의 보유율이 높아지며 전공 교재를 디지털 형태로 사용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특히 24학번은 입학과 동시에 ‘웰컴 패키지’(무은재학부) 또는 ‘입학장려금’(반도체공학과)으로 태블릿PC나 노트북을 지원받으며 디지털 교재는 대학 생활의 당연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자료는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불법 자료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교재 이용 및 저작권 준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을 진행했다. 24학번의 비율이 높은 기초필수 과목 수강생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미적분학Ⅱ(MATH102) 수강생 17명, 일반물리Ⅱ(PHYS102) 수강생 41명으로 총 58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모두가 디지털 형태의 교재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그중 92%는 디지털 형태만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 교재를 구한 경로는 ‘선배·친구 등에게 받음’이 40명(69%)으로 가장 많았으며 ‘비공식 온라인 아카이브에서 내려받음’이 14명(24%)으로 뒤를 이었다. 합법적 경로인 △e-book 구매 △라이선스/구독을 통해 공식 학습자료를 받음 △도서관 전자책 대여는 모두 합해 6명(10%)에 그쳤다. 즉, 응답자의 약 90%가 불법 자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 형태의 교재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휴대의 편의성’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가격’과 ‘열람·필기의 편의성’이 비슷하게 많았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재의 PDF 파일을 온라인 아카이브나 지인에게서 구해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교재를 파일로 만들고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따르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복제해 자신 혹은 한정된 범위에서만 사용한다면 저작물의 복제가 가능하다. 정당하게 구매하거나 제공받은 교재를 파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 또한 공중의 사용이 가능한 기기에서 복제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타인에게 그 파일을 공유하는 순간 영리적인 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이다.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가 아니라면 저작권법 제136조에 의해 복제, 배포 등의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무료로 주변에 교재를 공유해도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불법이다. 인터넷에서 PDF 교재를 구해 사용하는 경우 아직 이와 관련한 명확한 법은 없으나 사적인 복제가 아니므로 내려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적 복제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본 파일이 저작권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온라인에 게시돼 누구나 볼 수 있는 경우 사적 복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법 파일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공교재 불법 공유는 범법 행위와 사회적 묵인 사이의 회색 지대로 치부되곤 하나,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줌달의 일반화학’, ‘스튜어트 미분적분학’ 등을 번역·출판하는 센게이징러닝코리아(주)는 올해 초 총 37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센게이지러닝코리아는 캠퍼스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불법 PDF 파일을 공유하는 학생을 자체적으로 단속·적발했고, 일부와는 합의 및 선처했으며 일부는 형사 고소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배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흔히 전공책의 높은 가격과 전자책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대학에서는 많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로 박태준학술정보관은 다양한 교재와 전자 학술자료 구독을 통한 e-book을 제공한다. 특히 대출 연장을 통해 최대 1년까지 대여할 수 있어 가격이 부담이라면 가장 편하고 좋은 선택지로 꼽힌다. 예를 들어, 기초필수 과목 미적분학Ⅰ(MATH101)의 교재 ‘Calculus With Applications’ 등을 출판하는 Springer 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우리대학 IP로 접속 시 별도의 인증 없이 바로 PDF를 내려받을 수 있다. 외부에서 접속할 경우 대학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접속하면 된다. 두 번째는 중고 거래다. 저작권법은 정당하게 거래된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미치지 않게 규정하고 있다. 실물 책의 중고 판매는 디지털 파일의 복제와는 달리 합법적인 행위이며, 출판사가 권장하기도 한다. 불법 PDF에 대한 인식 개선과 도서관 및 중고 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합법적으로 교재를 이용하는 학생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