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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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온유 기자
  • 승인 2013.01.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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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공화국
최초의 거짓말은 신화에 의하면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 먹으라고 한 뱀의 거짓말일 것이다. 이브는 ‘사실’과는 다른 ‘언어정보’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됐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처럼 거짓말에 전제되는 조건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사실과 다른 언어정보를 전달할 의사가 있고 이를 전달받은 사람은 애초의 말에 대한 자연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잘못된 언어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도덕 교육은 거짓말을 하는 자와 거짓말을 믿은 자 중에 전자를 나무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거짓말이 포함됐는지의 여부보다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꾸며내고 상대방을 잘 설득하는지가 능력의 기준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혹여 사후에 거짓임이 드러난 부분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통해 금전적인 손해를 본 ‘사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니면 말고’라는 심리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데 소극적이다.
거짓말을 검증하지 않는 것은 타성이다. 거짓된 정보로 요령 있게 이득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판단하고 처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이 손쓸 수 없다고 해서 자신도 유사한 방법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도덕적 불감은 모두가 거짓말을 하니 나도 거짓말을 하겠다는 사회적 풍토를 만든다. 작은 일에 소홀하면 큰일에도 소홀한 법인데 일상에서 거짓말이라는 타성에 젖은 인물이 고위공직을 맡으면 인식은 바뀌지 않은 채 거짓말을 일삼는다. 윗선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꺼려하는 한국인 의식을 생각하면 그의 거짓말은 점점 제어하기 힘들어지고 거짓말에 의한 피해만 커질 뿐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의식이 뿌리 깊이 박힌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가히 거짓말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거짓말과 비전은 다르다. 비전은 현실적인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설정하고 정해진 시한 내에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비전을 말할 때는 현재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희망적인 부분을 확대해 공동체를 고무시키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하지만 비전을 믿고 리더를 신뢰하는 대중에게 비전의 시한이 다되도록 비전을 희망에 그치게 한다면 비전은 거짓말이 되며 대중의 희망은 허영으로 전락한다.
거짓말을 거부할 권리는 소중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묵은 양심도 새롭게 다지는 것도 신년 다짐중의 하나가 되면 어떨까. 거짓말이 돼 버린 빛바랜 비전에 무뎌진 양심도 다시금 날카롭게 갈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거짓말에 지배당하는 사회가 오고 말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말이다.